“칼라 힐스는 한국인에 「칼날」”/워싱턴포스트지 방한표정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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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개방 반발… 만화가들 신랄한 비판
지난주 아태 경제협력(APEC)각료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는 쌀시장개방 촉구와 소비절약운동에 대한 경고로 신랄한 한국언론의 비판을 받은 것을 비롯,한국인이 매우 싫어하는 인물이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칼라 힐스,한국인들에게는 너무 날카로워』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힐스는 평소에도 한국인들이 싫어하지만 4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때에는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포스트지는 한국 만화가들이 힐스를 그녀의 첫 이름자를 흉내내 「칼날」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소개하고 한 만화는 곤경에 빠진 한국농민을 목표로 날아가는 미사일에 힐스가 타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고 전하면서 학생 데모대의 플래카드에도 「칼라 힐스 돌아가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또 레슬링 복장을 한 거구의 힐스가 한국인의 팔을 비틀고 『쌀』 『개방』이라는 항복 소리를 받으며 조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한국신문의 만화를 게재했다.
미 무역대표부의 한 대변인은 『백악관 직원중 75명 정도는 칼라 힐스가 누군지 모를 수 있지만 서울에서 칼라 힐스는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누군가가 인기없는 경찰역을 맡을 수 밖에 없다』며 힐스의 입장을 두둔했다고 포스트지는 전했다.
포스트지는 또 『한국정부가 압도적인 국제압력 앞에 쌀수입반대가 곧 어렵게 될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무역마찰 보다 쌀문제가 한국정부에 더 큰 걱정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포스트지는 쌀가격이 국제시장보다 5배나 높은 한국에서 쌀수입개방에 대한 반대가 일본보다 더 강한 것은 한국은 불과 20여년전만해도 압도적인 농업국가였기 때문에 농민들에 대한 동정심이 큰데 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지는 이번주 거의 모든 한국 신문들이 정부가 쌀수입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하고 이것은 일본에서 거의 모든 주요 신문들이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은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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