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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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제 대학입시도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고3학생들, 또 그 많은 재수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당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가위 지옥의 계절이다.
한창 발랄해야 할 나이에 잠이라고는 겨우 3∼4시간밖에 못자고 계속 앉아서 공부를 해야하며 거기에 긴장은 쌓여가니 아무리 젊다고는 하지만 몸이 견뎌낼 수 있겠는가. 이때쯤이면 이들 입시환자들이 비슷한 증세로 비뇨기과를 찾는데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얼마전 고3학생인 석이가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몹시 지쳐있는 모습으로 외래진찰실을 찾아왔다. 따라온 어머니의 모습은 더욱 초췌했다.
그 학생은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다고 호소했다. 잠깐 눈을 붙일 정도의 짧은 수면시간중 두세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하니 잠이 부족하고 식욕도 없어지며 신경질만 낸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한번은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니 집중력은 떨어지고….
소변검사와 X-선 사진, 방광기능검사를 해보니 모두정상이다. 일부러 인터뷰 시간을 늘려잡고 차근차근 석이가 이해할 때까지 X-선 사진과 방광기능검사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정상임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병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우선 확신을 갖도록 한후에 치료를 해야 효과적이다.
방광이란 것이 워낙 정신과 밀접하다보니 스트레스에도 매우 민감하다.
신병훈련소에서 갖나온 장병들을 전투에 투입하면 20∼30%가 자기도 모르게 바지를 적신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가하면 고된 시집살이하는 여성은 시어머니가 부르기만 해도 화장실에 가야하는 것이다.
그러니 입시 직전에 있는 학생들이 오줌소태에 걸리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경우 신경이 날카로운 학생들이라 어정쩡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필요한 검사를 정확히 해서 충분히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방광의 긴장을 풀어주는 전문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치료가 어려운것은 아니다.
자가요법으로 아주 쉽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온좌욕을 아침과 취침전에 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양변기 좌대를 젖히고 사이에 맞는 대야를 놓은 후 목욕하기 알맞은 온도의 온수를 채워 여기에 4∼5분정도 앉아 찜질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잊지 않도록 제때 제때 챙겨주는 것이 좋다.
좌욕은 방광뿐만 아니라 주위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긴장을 풀어준다.
입시 1주일전 석이가 다시 외래에 왔다. 많이 좋아졌지만 시험도중에 화장실을 갈까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진단서를 써주었더니 수험장에 감독관이 한분 더 추가되었으나 정작 수험도중에는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고 그후 진찰실에 와서 말했다. 아마 진단서가 있다는 사실이 오줌소태를 몰아낸 것이리라.
석이는 무사히 합격했고 오줌소태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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