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소 외무 왜 재기용됐나(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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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방에서 신임하는 인물/연방기구 위상변화 고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소련외무장관이 외무장관에 재기용됐다.
독재의 출현을 경고하며 지난해 12월 자진사퇴한지 11개월만의 복귀다.
지난 14일 소련 과도기 최고정책 결정기구인 국가회의가 신연방조약안에 잠정합의한뒤 소연방기구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조치가 예상돼왔다.
국가회의는 80개에 달하는 연방기구를 폐지하기로 했다. 계속 존치키로한 외무부·국방부등의 연방기구도 과거보다는 역할과 권한을 축소,공화국들의 합의아래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셰바르드나제 전장관을 다시 기용하기로 한 것은 우선 이같은 연방기구의 위상변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방해체에 따라 소련외교가 일관성을 잃게 되리라는 국제적 우려를 불식할 만한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셰바르드나제 전장관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85년 안드레이 그로미코 외무장관에 이어 외무장관에 취임했으며 이른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사고 외교정책을 주도해오는 과정에서 서방선진국 지도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셰바르드나제 전장관의 재등장 소식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환영을 표하고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은 그 좋은 예다.
경질된 보리스 판킨 외무장관은 지난 8월 쿠테타에 반기를 든 유일한 해외주재 소련대사였다는 점에서 전격 등용됐지만 사실 그동안 소련 외교가에서는 능력도 권위도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비록 소련 대통령궁 대변인이 판킨 장관의 경질은 「인책성」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연방 외무부의 위상자체가 불투명한 처지에서 소련외교가에 아무런 권위를 갖지 못했던 판킨 전장관이 동요하는 연방외무부와 제 갈길을 찾겠다고 나서고 있는 각공화국 외무부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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