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1단계 전망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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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세금리의 부분적 「양성화」/통화량조절 논의안돼 아쉬움
여러차례 예고되었던 오는 21일부터의 1단계 금리자유화를 액면 그대로의 자유화라고 하기엔 여러가지로 걸리는 점이 많다.
사실은 자유화라고 하기보다는,그간 「꺾기」 등으로 값이 매겨지던 실세금리의 부분적인 「양성화」라고 해야 더 우리의 현실에 가깝다.<그림참조>
이런 점에서 이번 금리자유화는 얼마전 이뤄진 유가자율화와는 근본적으로 그 「인상구조」가 다르다.
예컨대 유공이 휘발유의 공장도 가격을 7.1% 올렸을때 소비자의 부담은 여기에 주유소 마진까지 얹혀 곧이곧대로 늘어났었다.
그러나 만일 상업은행이 오는 21일부터 당좌대월금리를 연 10∼12.5%에서 연 12∼15%로 올린다하더라도 기업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간 기업들은 꺾기나 외환업무유치등 어떤 형태로든 실세금리와 규제금리의 차이를 부담해 왔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비록 재무부·한은등 자유화를 추진하는 당국은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워도,일부에서는 이번 1단계 조치를 평가절하하며 좀더 과감한 자유화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1단계 조치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은행등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수익개념」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초보적 실험일 수 있다.
금리자유화가 진전될수록 예대마진폭이 좁아져 금융기관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 이번 1단계 조치의 상당부분이 앞서 얘기한 「실세금리의 양성화」이고,여기다 실세금리의 상승을 사실상 당국이 「꺼리고」있는 상태이고 보면,걱정할 것은 오히려 기업이라기보다 금융기관쪽이다.
수신쪽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쟁이 바로 그런 요인인데,예컨대 2백여개가 넘는 상호신용금고들이 이번에 자유화되는 2년 이상 부금예수금의 금리를 지나치게 올렸다가 2년뒤 금리수준이 떨어져 집단으로 부실화되는 경우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한편 「돈의 값」인 금리의 자유화 조치는 시작되면서 「돈의 양」인 통화량조절 방식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전년비 총통화증가율에 얽매이는 경직적인 통화관리를 고집하는한 금리자유화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88년 12월에 한차례 실패했다가 근 3년만에 다시 시도되는 이번 금리자유화는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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