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 전영애교수·독작가 셰틀리히 기고와 강연>
통일이후 독일의 문단은 어떤 후유증을 겪으며 통합해가고 있는가. 최근 전영애씨(경원대 독문과교수)와 내한한 독일작가 한스 요아힘 셰틀리히씨가 각각 특별기고, 강연을 통해 독일문단의 동향을 살피고있어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남북한 문학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 문단의 주목을 끌고있다. 전씨는 반년간 『문학』에 기고한 「통일독일의 문학계동향」을 통해 독일문단의 현장을 분석하고 있다.
전씨는 이 글에서 『1990년7월1일 경제·사회통합으로부터 10월3일 정치적 통합에 이르는 동안 문단에서는 소위 「크리스타 볼프논쟁」이 벌어졌고 1990년 가을 이후 외적으로는 중복되는 문학단체통합, 내적으로는 구동·서독문학의 평가·정리가 시도되고 있다』고 말하고 『1991년에 들어서는 외적으로 정리될 것은 다 정리되고, 구동독 문인들이 대체로 침잠해있다』고 통독후 독일문단을 개관했다.
볼프는 해마다 노벨상수상후보에 오르내리며 두 독일을 대표했던 여류작가. 서독학계와 문단·독자가 그녀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임으로써 동독으로 하여금 박해를 철회하고 1급공로 훈장까지 주게한 소위 「서독과 자유진영이 만든 작가」였다.
그러나 1990년 5월 볼프는 정보국의 감시를 받던 하루의 느낌을 표현한 소설 「남은 것」을 발표, 서독문단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는다.
『10여년 서랍속에 감춰둔 작품을 정보국이 무너진 시점에서, 그것도 동독의 비호를 한껏 누린 작가가 내놓았다는 것은 도덕성을 의심케한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볼프 스스로도 「일종의 마녀사냥」이었다고 토로한 이 논쟁에 대해 전씨는 『분단으로 인한 과대평가를 철회한, 동독문학 「접수」의 텃세로 해석될 만큼 서독문단이 심정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동·서독이 소멸하고 독일이 남은 만큼 독일문단에서는 동·서독문학에 대한평가·정리작업이 일어났다. 공정하고 인간적인 사회질서에의 동경을 향하던 동독문학은 주제선택에 있어 정치성을 배제하지 못한 것이 특성으로 지적됐다. 전후 서독문단 최고권위의 등용문이자 문인모임인 「47그룹」에 의해 주도된 서독문학도 체제 안정적 이념에 의해 유형화된 문학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동·서독 모두 미학적 철저 성과는 거리가 먼 이법의 과부하상태에서 참여문학 쪽으로만 흘렀다는 것이 동·서독문학에 대한 평가다.
전씨는 『넓은 의미의 교조적인 미학, 문학에 대한 이념의 과부하에 대한 반성과 청산시도가 통일독일문단의 첫 과제다』며 『전후 아우슈비츠 대학살로 충격을 받아 야기된 예술에서의 윤리성·도덕성 중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통일과 더불어 독일예술인·지식인들이 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한편 주한 독일문학원과 국내 독문학자들은 독일의 저명한 작가 한스 요아힘 셰틀리히씨(56)를 초청,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광주·부산등지를 순회하며 강연회를 가졌다. 작품에 대한 검열과 출판탄압을 피해 1977년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 분단양독 체제에서 살았던 셰틀리히씨는 「동·서독에서 작가로서의 경험」「동독의 검열」「독일문학의 어제와 오늘」등을 주제로 일련의 강연을 펼쳤다.
작품의 주제와 소재는 체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셰틀리히씨는 『추종자든, 비판자든 한결같이 체제를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동독문학』이라고 했다. 특히 언로등이 막힌 통제사회인 동독에서는 문학작품의 행 7때 숨어있는 비판정신을 찾기위해 반체제문학이 많이 읽혔으며 반체제 작가들은 그만큼 엄청난 명성을 얻을수 있었다고 구동독문단을 개관했다.
그러나 셰틀리히씨는 『이체제비판도 결국은 체제내부의 비판이었고, 때문에 체제를 공고화하는데 일조한 문학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단정했다. 셰틀리히씨는 『이제 통일로 개방된 민주사회에서 문인은 저널리스트·성직자·권력층의 정신구조를 치유하는 정신의학자등 문학이외의 다른 사회적 기능을 대신해 주던 대리인에서 문인으로, 문학자체로 되돌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의했다. 한편 『서독문단 역시 자본주의체제이념을 수호하거나 동독의 사회주의체제를 옹호, 예술인·지성인으로서 작가정신을 스스로 저버린 문인들이 많았다』며 『이제 독일문단은 분단으로 얼룩진 문학자체를 돌봐야할때가 됐다』고 밝혔다.경원대>
통일이후 독일문단|이념틀 벗고 순수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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