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 경영권 분쟁 동아제약 한미약품서 M&A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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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미약품이 최근 동아제약 측에 자사주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의 최대주주가 된다. 동아제약 고위관계자는 "9일 밤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만났으며, 임 회장이 양 사의 자사주를 300억원어치씩 교환하자고 제안했다"고 11일 밝혔다. 현 시가를 기준으로 보면 300억원어치는 동아제약 지분 4%, 한미약품 지분 2.8%에 해당한다. 이 관계자는 "한미의 임 회장은 자사주를 맞교환한 뒤 29일 열릴 주총에서 한미약품이 강 회장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동아제약 지분을 사들이면서 '장기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동아제약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전략임이 이번 제안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부자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아제약이 이번 주총서 표 대결로 갈 경우 아버지인 강신호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몰려 있다. 이에 임 회장이 동아제약의 '백기사' 역할을 맡는 대신 4%의 추가 지분을 얹어 달라는 '교환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강 회장은 회사에서 내부 회의를 열고 임 회장의 제안을 검토한 끝에 거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에 4%의 지분을 내줄 경우 한미약품은 현재 보유 지분 6.27%와 합쳐 동아제약 지분이 10%를 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동아제약이 한미약품의 계열사로 편입될 수 있다. 그러나 강 회장 측은 한미약품이 자신의 의결권(4.95%)을 강 회장의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에게 위임할 경우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어 한미약품의 자사주 맞교환 제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미약품은 1월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동아제약의 주식 5%를 추가로 매입해 6.27%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동아제약 측은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2005년 1.2%, 2006년 3.75%, 올해 1.32% 등 동아제약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미 임 회장은 2000년 고교 동창이 경영하는 한양정밀과 보조를 맞춰 동신제약의 M&A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번에도 한양정밀은 동아제약의 지분 4%를 보유 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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