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먹고 출장한 선동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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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프로야구 당대 최고투수 선동렬은 괴롭다. 선은 지난달 2일 부산사직구장에서 합숙훈련을 실시할 당시의 오른쪽발목 부상 이후 일본에서도 줄곧 부상후유증으로 고생하고있다.
선은 당초 1, 4차전에 등판, 한국의 목표인 2승 달성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숙훈련때 발목이 삐끗, 마가 끼기 시작한후 내내 벤치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왔다.
특히 선은 3차전에서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6회말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받고 불펜에서 몸을 풀기는 했으나 역시 몸이 완전치 않아 그대로 덕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선은 이곳에 온 한국관계자들이나 매스컴으로부터 맹렬한 성토를 당하는 신세가 됐다. 3차전은 공10개만 던져 주었어도 한국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던 한판이었다며 이곳에 온 전문가들은 아쉬워했다.
경기가 5-2로 역전되자 선은 슬그머니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선은 『아무도 내 몸상태를 믿어주지 않았고 또 믿을수도 없는 분위기였지만 역전패를 쳐다보고 있어야하는 내 심정은 더욱 쓰라렸다』며 『특히 송이 내가 몸을 푸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체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일본 체류기간중 선의 발목을 치료해온 이토(이등) 주니치 드래건스 트레이너는 『이런 상태로 경기에 나간다는 것은 일본에선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정 나가려면 진통제를 맞아야한다고 권했다. 이에 따라 선은 어처구니없이 출전하게된 이날 진통제를 먹고 발목에 붕대를 감은채 경기에 나섰다.
선은 이날 발을 약간 저는 듯했으나 1백40km대의 직구와 슬라이더·포크볼을 구사, 3회까지 일본의 11명 타자를 2안타로 묶는 호투를 했다. 특히 선은 예리한 슬라이더로 오치아이·다이호·우노등 일본의 간판타자들을 5연속 삼진으로(삼진5개) 잡아 한국의 에이스임을 과시했다.
일본의 간판인 오치아이는 『선의 슬라이더는 일품이다. 이런 정도라면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태에서는 공략하기 어렵다』며 극찬했다.
선은 3회 1-0으로 앞선 상대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갑자기 심혈을 기울여 역투한 결과 손톱이 벗겨져 더 던질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기후 선은 직구는 평소의 70%정도였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등 변화구위주로 투구를 했다』면서 『다행히 한 경기라도 잠깐이나마 등판할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소감을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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