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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대 유고 경제제재/동구 원조계획에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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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에도 석유금수 촉구/유고연방군은 미사일 공격 위협
【로마·베오그라드 로이터·AP=연합】 유럽공동체(EC)는 8일 동유럽 경제재건을 위한 서방원조계획에서 유고슬라비아를 제외키로 하는 등 유고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유고 연방군은 이와 때를 같이해 이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등 6개 주요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조치를 재개하고 크로아티아에 미사일 공격 발사준비를 끝냈다고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중인 EC 12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대유고 경제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경제제재조치는 ▲지난 80년 EC·유고간 체결된 무역경제협력협정의 즉각 중지 ▲유고산 섬유류의 EC 수입통제 ▲대유고 서방경제원조계획의 중단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대유고 석유금수조치 단행 촉구 등으로 돼있다.
EC공동발표는 유고연방정부가 크로아티아등에 대한 즉각적인 독립승인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의 경제제재에 대해 유고정부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크로아티아측은 『경제제재만으로는 연방군의 침공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면서 더욱 강력한 무력개입을 촉구했다.
한편 유고 연방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크로아티아공화국내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준비를 끝냈다고 경고했다.
연방군의 미사일 공격위협과 관련,크로아티아 방위군 다보르 도마체트 대변인은 『연방군이 사정 3백㎞인 소련제 R­60 지대지 미사일과 사정 3백㎞인 개량형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군은 또 이틀째 크로아티아 거점지역을 공습했으며 아드리아해의6개 크로아티아 주요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조치를 재개했다.
◎단호한 조치로 큰 타격 예상/세르비아 지도부 권력기반 “흔들”(해설)
8일 유럽공동체(EC) 외무장관들이 대 유고슬라비아 경제제재를 확정하고,이에 반발하는 세르비아공화국 주도의 유고연방군이 크로아티아공화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유고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현 유고연방을 느슨한 형태의 주권공화국연합으로 개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EC평화안을 세르비아가 거부하고 나옴으로써 EC의 경제제재 발동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제재의 단계적 강화라는 당초의 EC방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3단계조치내용 대부분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사실상 전면 경제제재라는 점에서 유고사태에 대한 EC입장의 단호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C의 이번 조치는 무역·경제협력협정의 유보,원조중단,특혜국대우 취소,유고산 섬유류 수입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에 대해서도 석유금수를 요구함으로써 세르비아 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섬유류는 유고 섬유류수출의 절반을 세르비아가 담당하고 있는 세르비아의 주외화 수입원으로,EC의 수입규제가 단행되면 섬유노동자 17만4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서방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석유금수는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르비아는 대부분의 석유를 소련·리비아·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EC 자체의 공급중단은 별것이 아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이사국인 영국·프랑스·벨기에 등 3개 EC회원국이 안보리에 유엔차원의 대유고 석유금수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는 소련등 석유수출국을 겨냥한 것으로 소련이 EC입장에 동조할 것이 확실해 세르비아는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석유를 사려면 서너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형편으로 석유금수가 본격화되면 우선 민수부문부터 압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연방군의 전쟁수행능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으론 1806년 나폴레옹의 대영국 경제봉쇄 이후 경제제재조치가 그 목적을 달성한 예가 거의 없다는 경제제재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내전을 겪으면서 유고경제는 올들어 산업생산이 35%나 감소,산업이 마비상태이고 인플레가 연5백%선까지 치솟는등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인데다,EC의 결의가 전같지 않아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을 비롯한 세르비아 지도부의 권력기반은 뒤흔들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경제제재의 경제적 효과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국제정치적 파장일 것이다.
EC의 제재강행은 세르비아를 제재하는데 그치지 않고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두 공화국의 독립승인으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소련,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루마니아 등 비EC 유럽국가들까지 EC의 경제제재에 동참할 의사를 보이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세르비아의 입장은 더욱 약화되는 반면,두 공화국은 예상보다 쉽게 광범한 독립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세르비아측의 대응은 무모할 정도의 군사적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연방군은 크로아티아의 6개 주요항구의 봉쇄재개,대대적 공습,미사일 공격위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크로아티아를 압박하고 있으나 이는 「최후의 몸부림」성격이 짙다.
EC의 경제제재를 계기로 세르비아 경제가 흔들리면서 밀로세비치의 권력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다 국제여론은 급속히 크로아티아 지지편으로 기울 전망이기 때문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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