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 쉽게 건강수명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연령이 몇 살까지인지를 보여주는 건강수명 통계가 9월 첫선을 보인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정부 보건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국가 건강수명 통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의 평균수명 통계는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건강수명 통계를 전반적인 국가 보건 수준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수명은 통계청의 단순 수명 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건강보험 관련 각종 통계 등을 활용해 산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산출 방식과 발표 주기는 8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정한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15개국이 건강수명을 조사해 발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통계 작성을 권장하고 있다. 국가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2003년 WHO가 자체 집계한 한국의 건강수명은 여성 70.8세, 남성 64.8세였다. 당시 평균수명은 여성 79.4세, 남성 71.8세로 한국 노인은 7~8년을 질병이나 장애를 겪다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도입하나=서울 강동구 암사경로당에서는 노인들이 앉아서 화투 치는 일이 뜸해졌다. 대신 강동구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매주 두세 번'춤 체조'를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꾸준히 체조를 한 노인 17명의 건강 상태는 보건소 담당자가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 평균 133.5mmHg로 고혈압이었던 수축기 혈압은 6개월 뒤 118.8mmHg로 정상(120mmHg 미만) 범위로 떨어졌다.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지수도 과체중(24.8) 상태에서 정상(21.1)으로 개선됐다.

정부가 건강수명 통계를 만들기로 한 것은 사전 예방적인 건강투자를 강화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표면적으로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1년에 진료받는 횟수는 10.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8회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많이 아프고, 의료비도 많이 쓰는 것이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수는 2002~2005년 30%나 늘어났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년간 건강보험.의료급여 지출은 10배가 늘어났다. 직접적인 의료비뿐 아니라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38조4000억원에 달한다. 2004년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고령화 속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10년 국민의료비는 7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37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6.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올해부터 만 66세 노인 전원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하기로 한 것도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최소 3조4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