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소설부문 하재봉씨|"뉴욕뒷골목의 생활을 무대로 후기산업사회 소외된 삶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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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상생활과 우리의 감각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데 소설은 변화하는 것을 포착하려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소설가와 평론가들이 지나치게 우리 소설에 역사적·도덕적 책무감만 지워 소설 읽기가 천편일률적이어서 재미없습니다. 우리 소설에 대한 독자로서의 불만이 직접 소설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하재봉씨(34)가 『318W5lst St.』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중편소설부문에 당선, 소설가로 데뷔했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안개와 불』『비디오/천국』등 2권의 시집을 펴내며 시인으로 활동하다 11년만에 다시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318W 51st St.』는 대기업사보편집자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화자가 노사문제등 여러가지 갈등요인으로 시끄러운 현실을 피해 한달간 뉴욕에서 보낸 휴가를 그린 작품.
『최첨단도시 뉴욕은 후기산업사회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그리고 제게는 철저하게 낯선 곳입니다. 비디오·컴퓨터세대로서 전혀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전혀 낮선 공간인 뉴욕을 소설무대와 소설쓰기 공간으로 택했습니다.』 하씨는 지난 9월 뉴욕 브로드웨이 뒷골목 허름한 호텔에 3주간 묵으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 소설 제목은 그가 묵었던 호텔의 주소에서 따온 것. 낮선 언어와 얼굴들에 의해 철저히 소외당한 상태에서 뉴욕이라는 후기산업사회를 감각의 온갖 더듬이를 통해 그린 것이 이 작품이다.
『나의 섬세한 감각에 포착된 세계를 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 언어가 시라도 좋고 소설이라도 좋습니다. 예술적 인식은 엇비슷한데도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식으로 장르의 벽을 쌓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사회에서의 개인의 소외등 자기가 몸담고 사는 이 시대에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들이 눈에 안띄어 소설계에 뛰어들었다는 하씨는 앞으로 시와 소설로 존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질 것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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