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주' 재미 보긴 하늘의 별 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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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닥 시장이 최근 '유명인 테마'에 출렁거리고 있다. 에스켐은 8일까지 1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4배로 뛰어올랐다. 이곳은 지난해 9월까지 순이익이 2억2400만 원 적자를 기록한 회사다. 2004년 이후 계속 적자다. 그런데도 주가가 뜀박질한다. 그 원인 제공자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다. 황 전 교수의 지원자로 알려진 박병수 수암장학재단 이사장이 이 회사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85만주 참여했기 때문이다. 주당 4680원. 벌써 137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신화를 꿈꾸며 이런 종목에 달려든다. 그러나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주가는 어김없이 제자리=유상증자에 탤런트 이재룡씨가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프트웨어업체 씨오텍은 8일 1.25% 상승 마감했다. 전날까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고제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가수 태진아씨가 24만1691주를 배정받았다. 이 소식에 2000원에도 못 미치던 이 회사의 주가는 5000원 가까이 상승했다. 강호동.윤종신.김상경.박경림.아이비 등 유명 연예인이 대거 유상 증자에 참여한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는 지난달 1일 81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공시 발표 후 급등, 32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급등했던 주가는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았다. 고제는 5일 10% 가까이 올랐다가 하락 반전하며 주가가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8일 현재 최고가의 70%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도너츠미디어는 최고가에서 40% 가까이 빠진 상태다.

◆ 추격매수 나선 투자자만 피해=유명인들은 웬만해선 손해를 보지 않는다. 워낙 싼 가격에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C&S디펜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야구선수 박찬호씨의 경우 아직까지 주식을 들고 있어도 15%의 수익이 가능하다. 1월 15일이 증자금 납입일이고 같은 달 25일이 주식 상장 예정일, 상장 이틀 전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니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1월 23일에 바로 팔았다고 가정하면 차익이 더 크다. 1월 23일 종가는 1835원.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1170원이니 주당 665원을 번 셈이다. 8일간 57%, 연 환산 수익률이 2600%다. 그러나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다른 문제다. 이 회사의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했던 1월 11일, 거래량이 1000만 주(총 발행주식의 35%)에 가깝다. 이 때 물량을 떠안은 투자자들이 아직 팔지 못했다면 주당 1000원 이상의 손실을 봤을 것이다.

◆ "유명인 투자로 바뀌는 것 없어"=유명인과 관련됐다면 일단 주가가 뜨니 해프닝도 생긴다. 아스트라BX의 경우 이 회사 대주주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초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 부사장은 과거부터 이 회사 대주주였고 이는 공시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유력 대선 주자로 부각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명인 테마'에 휩쓸려 주가가 올랐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대우증권 신동민 코스닥팀장은 "유명인 테마가 뜨면 사람들은 비슷한 종목을 찾게 된다"며 "결국 기업가치가 변하는 것이 없는 데도 워낙 시장이 심리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돈이 몰린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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