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살림 갈수록 고달프다/당국 “주거환경 개선”실효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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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연탄배달은 웃돈줘도 안해/쓰레기·분뇨 골목마다 넘쳐/강도등 부쩍늘어 “치안 사각지대”
「달동네」로 불리는 고지대 주택가의 생활환경이 갈수록 나빠져 저소득층 주민들의 불편이 더해간다.
겨울은 다가오는데 배달료 외에 50∼70원씩 웃돈을 주어도 연탄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아 연탄을 직접 날라야 하는가 하면 쓰레기·분뇨수거도 제때 되지않아 골목마다 쓰레기가 쌓이고 오물이 넘치는 곳이 많다.
또 겨울철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압이 낮아져 단수가 잦아 곳에따라서는 식수난마저 겪고있으며 일부 고지대 재개발지역은 철거작업으로 인한 빈집이 많아지면서 치안 사각지대로 변해 강간·절도 등 각종 범죄까지 들끓고 있다.
◇환경악화=서울 봉천5동 산101 일대는 저지대에서 배달료 포함 2백30원씩 하는 연탄이 2백80원∼3백원씩 하고있으며 그나마 주문한뒤 일주일 이상 기다리기 일쑤다.
또 이지역 주민들은 저지대보다 3배나 비싼 3천원씩(4인가족 기준)의 쓰레기 수거료를 내고있으며 분뇨수거료도 저지대보다 평균 2배씩 더 물고있다.
서울 신림7동 산102 일대는 1주일에 한번꼴로 단수돼 주민들이 급수차가 올때마다 물을 받느라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시내버스는 물론 마을버스도 안다녀 신림네거리까지 20∼30분씩 걸어다니고 있다.
서울 창신3동 산6에는 청소차가 3일에 한번꼴로 와 항상 골목길에 연탄재·쓰레기 등이 수북히 쌓여 동네미관은 물론 악취로 주거환경을 크게 해치고 있다.
◇주민진정=이동네 주민 강갑준씨(50·여·상업)는 『눈이 내리면 연탄배달과 쓰레기차 등이 더 오지 않을텐데 올 겨울나기가 두렵다』며 『겨울철일수록 고지대 주민을 생각하는 당국의 배려가 아쉽다』고 밝혔다.
1천7백여가구가 살고있는 서울 신정동6 재개발지역의 경우 세입자들의 이주로 생긴 빈집이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이용되면서 최근 부녀자에 대한 성범죄가 2∼3건 연이어 발생했다.
현재 전국 고지대 저소득층 주민들은 5백여곳 1백여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초 서울시내 75개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벌여 9월까지는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매년 개선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언발에 오줌누기」격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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