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락사무소 안거치고 곧바로 대사급 수교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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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한국시간 7일)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와 관련, 북한은 연락사무소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일행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1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연락사무소를 먼저 개설한 뒤 정식 수교를 한) 중국의 모델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대북 외교 관계 회복을 추진하기로 했고, 북한에 그 점을 거듭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외교 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연계돼 있다"며 "모든 핵 프로그램이 폐기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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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8시간에 걸친 이번 회담에 대해 그는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으며,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이 2.13 합의의 초기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고 낙관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상도 기자들에게 "매우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양측은 2차 실무회의를 19일로 예정된 6자회담이 열리기 직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는 15일까지 마무리 지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전체를 풀어주는 데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워싱턴 고위 소식통은 "북한의 돈세탁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이상 전면 해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안보협력 시스템 구축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힐 차관보는 "초기 조치 시한인 '60일' 이후의 단계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기 조치엔 포함되지 않은 HEU에 대해서는 "북한이 먼저 거론했다"고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양이 HEU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상일 특파원

◆연락사무소=정식 외교 관계를 맺기에 앞서 서로 상대국에 설치하는 임시 외교 채널이다. 미국은 중국.베트남 등 과거 적대 국가들과 정식 수교를 하기에 앞서 각종 제재를 풀고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순서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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