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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대표 시구까지 인용 호소조 연설/중동평화회의 이모 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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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아랍 서로 소 닭보듯/소 외무 시종일관 침묵
○둘째날도 분위기 냉랭
○…회의 이틀째인 지난달 31일에도 이스라엘과 아랍국대표들은 첫날의 냉랭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회의는 분쟁당사국인 이스라엘·시리아·레바논·요르단 및 팔레스타인대표의 기조연설로 진행됐는데 상대편 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는 서로 일절 박수조차 안칠 정도의 냉랭한 분위기였다.
첫번째로 연설에 나선 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총리가 연설을 마치자 이스라엘대표단에서는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으나 아랍국 대표들은 침묵을 지켰고,마찬가지로 샤미르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대표단은 아랍국 대표들의 연설에 애써 박수를 자제했다. 이날도 이스라엘과 아랍국 대표단은 악수나 인사를 나누지 않는것은 물론 서로 눈길이 마주치는 것 조차 애써 피하는 눈치였다.
서로 「소 닭보듯」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이스라엘과 아랍국대표단은 상대편 대표의 연설 내용은 주의깊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심하게 작성된 흔적
○…이날 각국대표가 행한 연설은 매우 세심하고 면밀한 준비를 거쳐 작성된 흔적이 역력했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가장 호소력있고,설득력 있게 전달하기위해 단어하나 선택에도 매우 고심한듯 연설 중간중간에 시구나 경전에서 인용한 「명문」이 튀어나오는등 고도의 문학적 수사가 난무했다.
40분연설 전반부의 상당부분을 유대인의 피압박역사 소개에 할애한 샤미르총리는 한 스페인 태생의 유대계 시인이 쓴 시가운데 「몸은 서쪽끝에 있어도 마음은 항상 동쪽에 있네」라는 시구를 인용,시오니즘의 역사적 전통을 강조하는가 하면 「가까운 곳에도,먼곳에도 평화,평화가」라는 성경구절로 연설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편 압둘 샤피 팔레스타인 대표는 「내 조국은 여행용가방이 아니고,나 또한 방랑객이 아닐세」라는 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구를 빌려 팔레스타인의 기구한 운명을 설명한뒤,『평화의 촛불에 불을 밝히고(평화를 상징하는)올리브 가지에 꽃을 피우자』는 호소로 연설을 마감했다.
○회의진행에 관여 안해
○…이날 회의는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사회로 진행됐는데,미국과 함께 이번 회의의 공동주선국인 소련의 보리스 판킨 외무장관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다.
베이커장관과 함께 나란히 헤드테이블에 앉은 판킨장관은 각국대표의 연설을 경청하고,연설이 끝나면 박수나 칠뿐 일체 회의진행에 관여하지 않는 태도였다.<마드리드 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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