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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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여자마라톤이 선수들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고사(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오는 11월3일 벌어지는 제45회 조일마라톤대회에 여자부는 단4명만의 선수가 출전을 신청, 선수저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도 여자부에는 10명의 선수가 참가, 기록보다 순위싸움으로 끝나 좌절감을 안겨줬었다. 여자마라톤은 이번 조일대회에서는 그나마 간판격이던 이미옥(이미옥·23·수자원공사) 김연구(김연구·23·한체대)마저 은퇴, 대부분 첫 풀코스 도전(완주경험 1명)인 풋내기들이다. 현재 마라톤이 성행하는 일본의 경우 대회 때마다 비등록선수를 빼고도 1백여명의 선수가 출전, 치열한 기록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신흥 마라톤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많은 선수들이 참가, 인기를 모으고있다. 또 일본·중국의 등록선수가 1천여명인데 비해 한국은 고작 3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변이 얇다.
이에 따라 한국마라톤은 기록의 퇴조도 뚜렷, 지난 87년 제2회 서울 월드컵마라톤대회에서 김미경(김미경·은퇴)이 2시간32분40초로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한 이후 한번도 2시간35분대에 진입한 선수가 없는 형편이며 지난 동아마라톤에서는 이미옥이 2시간41분43초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대회3연패를 이룩했었다.
현재 세계최고기록은 노르웨이의 잉그리드 크리스티안센이 갖고 있는 2시간21분6초며 아시아최고기록은 중국의 자오유평(조우봉)이 서울올림픽에서 수립한 2시간27분6초.
일본은 지난 8월 동경세계육상선수권 남자부에서 다니구치 히로미가 동양인으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으며 여자부의 우상 야마시다 사시코·아리모리 유키코가 각각 2, 4위를 휩쓰는 절정기를 맞고있다.
한국인 체질상 세계정상도 노릴 수 있는 여자마라톤의 이 같은 퇴조에 대해 이경환(이경환) 논노감독은 ▲비인기종목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미비로 고졸이상 등록선수가 장거리종목 포함, 30∼40명 정도이고 ▲이들을 갈고 닦을 여자역전경주대회가 단 한 개도 없으며(일본은 50여개) ▲지도자들 중 상당수가 비전문가인 관계로 자질이 문제시되고 있는 점등을 문제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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