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어린이|부모의 「완벽주의」서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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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애가 말을 심하게 더듬어요.』
『집안에 말더듬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우리 주변에서 말배우기가 더디고 말더듬이로 고민하며 고통을 겪는 어린이나 그 부모들을 의외로 많이 보게된다.
말더듬이는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외에도 사회생활에서 소극적이 되고 자신감을 잃으며 심하면 자기비하나 대인 기피증상까지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찍 문제의식을 느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26∼27일 이대 학관에서는 한국언어병리학회 주최로 「말더듬아동의 부모교실」이 열려 말더듬이 아동을 둔 부모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교육에서 이화여대 이승환 교수(언어학)는 『말더듬이는 어린이의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귀에서 시작된다』며 『부모 특히 엄마의 완전주의적 집념이 정상적인 아이를 병적인 말더듬이로 바꿔놓는 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어린이는 같은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고치며 때로는 「한없이」더듬는 게 언어발달과정상 거치게 되는 필수과정이나 이에 부모들이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의식적으로 고치려 하는 데서부터 어린이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게된다는 것.
어린이가 조금이라도 말을 더듬는 기색이 있으면 대부분 부모들은 『다시 해봐』『천천히 해봐』라고 교정을 하다 짜증을 내거나 영문을 모르는 어린이에게 야단·체벌 등을 주는데 이렇게 되면 말더듬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이교수는 설명했다.
말더듬이의 발생률은 보통 전체 어린이의 1%정도. 대개 언어습득능력이 급속도로 이뤄지며 외부의 충격에 대해서도 가장 예민한 3∼5세에 발생하기 쉽다. 남녀를 비교할 땐 남자가 여자보다 3∼4배 더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말더듬이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이교수는 『4∼6세에 말을 더듬는 증상을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90%이상이 정상언어사용능력을 얻을 수 있지만 10세 전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 비율이 훨씬 낮아진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지나친 신경과민과 무관심 양쪽 모두 경계해야 한다.
말더듬이 치료에는 가정에서 엄마와 집안식구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언어치료사 신문자씨는 『부모자신이 정말로 말더듬기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상언어환경이 자녀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부모부터 말의 속도를 충분히 늦추고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하며 ▲부드럽고 조용한 말소리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또 어린이에게 자주 질문하는 것을 피하고 어린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며 『너하고 이야기하니 참 재미있구나』와 같은 말로 알맞은 칭찬을 해주는 것도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신씨는 말했다.
연극이나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학령기의 어린이에게는 ▲노래부르기 ▲동시 읽기 ▲즐거웠던 경험 얘기하기 ▲그림 그리기 ▲역할극 ▲수수께끼 게임 등을 하게 한 뒤 각각의 경우를 천천히 설명하게 하는 것도 가정에서 부모들이 응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언어치료사 이준자씨(연세의료원 재활원 언어치료실)는 지도요령을 소개한다.
말더듬이 증상이 심할 경우는 종합병원이나 장애자재활원 등에 있는 언어치료실을 찾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강남성모병원·경희의료원·서울대병원 등 종합병원과 대한적십자사 산하 각시·도 언어치료실, 삼육재활원 언어치료실 등외에 개인병원까지 모두 20여개의 언어치료기관이 있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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