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론적 사고 대화로 고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학교교육으로 잘못된 자녀들의 흑백론적 사고를 부모들의 양시·양비론적(양시·양비론적) 대화법으로 바로잡아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한국여성연맹(회장 양계숙)이 「자녀교육문제와 부모의 역할」을 주제로 30일 오후2시 서울명동 외환은행본점강당에서 갖는 가정교육토론회에서 발표될 내용.
주제발표자인 김인회 교수(연세대·교육철학)는 오늘날 가장 큰 교육문제로 혹백론적 사고를 꼽고 『학교교육절대주의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벌·학교성적을 최우선시하는 사회풍조 아래에서 국교에서 고교졸업 때까지 4지선다형과 진위형이라는 두 가지 시험방식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고 자라온 탓이라는 것.
그 결과 젊은이들의 대화논리로 흑백론·독선주의적 선택논리가 자리잡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컨대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대화에서 속으로 자신이 잘못한 줄 알면서도 곁으로는 흑백론을 교묘하게 확대적용하면서 절대로 잘못했다는 승복을 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부모 역시 같은 논리로 말을 하면 결국 대화가 아닌 말싸움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양시론과 양비론, 그리고 선택하기에 모호한 상황을 드러내 보여 주고 상대편에게 되묻는 일종의 「상황제시적」질문방법으로 대화하라는 것이 김교수의 제안.
한 예로 바겐세일에 나온 옷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에게 『옷이 뭐가 중요하니?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지』라고 응수한다면 오히려 『부모님은 남들이 인격을 변변치 않게 볼까 봐서 새 옷을 안 사입는군요. 그런 것은 위선이 아닌가요?』라고 반격당하기 십상이다.
그럴 때 『그래, 나처럼 못생긴 사람이 후줄그레한 옷만 입고 다니면서 속에 자존심만 잔뜩 가지고 남들을 우습게 보려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것 같구나. 하지만 너희들처럼 예쁜 애들이 모델이나 배우처럼 차리고 다니는 것도 오히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죽이고 퇴폐적 느낌을 갖게 할 수도 있잖니』(양비론)하는 것이 한 방법.
또는 『우리 집 총수입은 ×원인데 생활비로 ×원이 든다. 어제 번 돈을 여기 줄 테니 너희들이 판단해서 더 필요한 금액을 얘기해라』(상황제시적 질문)는 식의 대화가 바람직하다는 것.
김교수는 이와 함께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에서 절대로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이나 극단적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