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첫 자유총선 27일 실시/개혁 부작용에 정국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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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백여 정당 7천여 후보 난립/“나아진것 없다”… 무관심 팽배
1947년 이후 폴란드 최초의 전면 자유총선이 27일 실시된다.
비례대표 방식으로 하원 4백60석과 상원 1백석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1백여개 정당에서 7천6백여 후보가 난립,각축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총선을 맞는 폴란드의 모습은 전혀 밝지 못하다. 시장경제개혁은 부작용이 두드러져 주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정치세력은 사분오열돼 있다.
89년 6월 동유럽 최초로 부분적 자유총선을 실시한 바 있는 폴란드는 역설적이게도 동유럽 국가중 전면 자유총선은 가장 늦게 실시하는 나라가 됐다.
80년부터 자유노조(솔리다르노시치)가 민주화를 선도해 온 폴란드는 89년 6월 자유노조와 통일노동자당(공산당)간 원탁회의 결과 하원 의석 65%를 공산당 및 그 제휴세력에 할당하고 나머지 1백61석과 상원 전 의석을 뽑는 부분 자유총선을 실시했다.
당시 총선에서 상원 2개 의석을 빼고는 자유노조 후보가 전원 당선,압승을 거뒀다.
자유노조는 이같은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89년 8월 타데우시 마조비예츠키를 총리로 하는 사회주의권 최초의 비공산세력 주도 연정을 수립했으며 90년 12월에는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바웬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등 동유럽 민주화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자유노조 정부는 그후 정치·경제개혁 추진을 놓고 구 공산당 주도의회와 끊임없이 알력을 빚었으며,자유노조 세력도 양분,정치적 불안이 계속돼왔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시장경제개혁은 최근 들어 그 성과가 지지부진한 대신 생활수준의 하락,부패의 만연등 큰 부작용을 빚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2년간 레제크발체로비츠 재무장관이 주도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하는 인플레억제에 역점을 둔 급진적 시장경제 개혁을 실시,89년 6백39%를 기록했던 인플레를 현재 월 2%선으로 잡는등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극도의 내핍·긴축정책의 결과 인플레율에 못미치는 임금인상,10%로 치솟은 실업률에 따른 실업인구 2백만돌파,빈부격차 확대 등을 불러 국민들로부터 전보다 나아진게 없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본질적으로 현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한 여론조사 결과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43%에 불과할 정도로 총선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총선에서는 현재 분열돼 있긴 하지만 자유노조에 뿌리를 둔 개혁 정치세력들이 공산당(90년 1월 사회민주당으로 개칭)을 완패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마조비예츠키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동맹이 20% 안팎의 지지로 제 1당이 될 것으로 보이며,자유노조가 15%,사민당 중심 좌익연합은 10% 정도를 득표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얀 크리슈토프 비엘레츠키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회의,자유노조에서 떨어져 나온 친 바웬사 노선의 중도동맹,맥주 애호자당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개혁노선의 속도를 둘러싼 자유노조 세력의 분열,군소정당에 유리하게 돼있는 선거법 등으로 원내 다수의석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새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폴란드는 명실상부한 의회민주주의로 이행,89년 이래 계속돼온 공산당 지배의회­비공산 정부라는 과도체제가 해체될 것이 분명하지만 부진한 경제개혁,정치적 분열 등으로 앞으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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