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도움말-서정형 교수<서울대의대·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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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단풍의 계절이 되면서 갑자기 수은주가 떨어졌다. 곧장 겨울로 줄달음치지는 않겠지만 시원한 느낌을 주는 청량음료 광고 대신 감기 약 광고가 눈에 자주 띄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환절기가 온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오뉴월에 감기를 앓으면 무슨 사람이 그러냐고 핀잔을 받기도 하나 서늘해진 지금에는 핀잔 받을 걱정 없이 안심(?)하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다.
통계에 따르면 누구나 1년에 한두 번은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런 면에서는 소수의 환자에게 발생하는 중병보다 더 손실이 큰 것이 바로 감기라고 할 수 있다.
남이 보기에는 하찮은 고뿔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상당히 괴로운 것이 감기다. 오슬오슬 한기가 들면서 근육이 쑤시고 아프며 콧물·기침으로 남 보기에 민망스런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다.
주된 증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감기를 코감기·목감기·기침감기 등으로 구분하는데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종류가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학술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분류라 할 수 있다.
감기에 걸리게 되면 우선 감기약을 찾게되지만 원인적 치료에 효과가 있는 감기약은 불행히도 없다. 소위 감기약으로 알려져 있는 약은 감기증상을 일시적으로 호전시키는 약일 뿐이다.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한데 효과가 있는 해열 진통제, 콧물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제, 기침의 정도를 줄이는 진해제 등을 적당하게 섞은 것이 바로 감기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감기는 약을 먹으면 1주일만에 낫고 약을 먹지 않으면 7일만에 낫는다는 농담이 통할 수 있는 것이다. 목이 아프거나 기침이 나면 바로 항생제를 찾는 사람도 있으나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는 항생제도 아무 효과가 없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한 투약에 그치게 된다.
물론 호흡기질환·순환기질환 등을 가진 노약자의 경우는 다르다. 하찮은 감기에 걸린 것이 계기가 되어 지병이 악화된 끝에 불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감기 증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흔히 볼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날 때는 주의를 요한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호흡할 수밖에 없는 계절이 됐고, 또 난방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더 심해지는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실내환기에 주의하며 규칙적인 생활로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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