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작품간 수준 차 커 기대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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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들은 작품간 상당한 수준 차를 보인 가운데 평년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 작품이 참가한 올해 연극제의 최우수작은 극단 「현대극장」의 『길 떠나는 가족』이라는 말이 심사발표 이전부터 연극계에서 기정사실처럼 나돈 것도 다른 작품과의 커다란 수준 차 때문이었다.
이밖에 희곡 심사작보다 실연(실연)심사작, 즉 이미 공연된 성과를 평가받아 참가자격을 얻은 세 작품 『막차 탄 동기동창』(극단 춘추) 『카르멘시타』(극단 맥토)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극단 목화)가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참가작중 일부는 「수준이하」로 혹평 받을 만큼 작품성이 떨어지는 편차를 보였다.
이 같은 평은 19일 열린 심사위원회의 수상작 발표에서 확인됐다.
최우수상인 「해외시찰상」은 예상대로 『길 떠나는 가족』이 차지했으며, 두 번째 상인「지방순회공연상」은 『막차 탄 동기동창』에 돌아갔다. 이 두 작품은 나머지 주요 상까지 휩쓸어 다른 참가 작과의 수준 차를 분명히 했다. 『길 떠나는 가족』은 희곡상(김의경)과 연기상(김갑수)을, 『막차 탄 동기동창』은 연출상(문고헌)과 연기상(오현경)을 함께 받았다.
특히『길 떠나는 가족』은 여러 면에서 성가를 재 확인시켜 준다. 일단 관객동원 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 서울티켓 회수현황으로 볼 때 1천6백85장으로 1위. 심사회의의 투표곁과 작품상 부문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도 예년에 보기 드문 일이다. 연출 면에서도 당연히 「장원」감으로 얘기됐었는데 최종투표에서 1표 차로 2위에 머물렀다.
『막차 탄 동기동창』도 초연당시의 부족함을 많이 보완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삶을 되돌아보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다뤄 원로급 심사위원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수준이 떨어지는 몇몇 작품은 연기상 부문에서 잠시 거론되었을 뿐 작품성 면에서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다.
연기상은 『길 떠나는 가족』과 『막차 탄 동기동창』의 주인공 외에 극단 「성좌」의 『사파리의 흉상』에서 2중인격자로 나온 중견 배우 윤주상씨, 극단 「여인극장」의 『화분이 있는 집』에서 가난한 근로자의 아내로 출연한 탤런트 출신 김민정씨가 받았다.
한편 올해 행사에서 바람직한 경향으로 평가되는 것은 작품의 다양화와 연출역량의 향상이다.
올해 참가 작들은 예년의 고답적 리얼리즘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향을 보였다.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카르멘시타』가 참가, 비교적 호평 받았으며 특수부문상(안무 박상규)을 받았다. 최고상을 받은 『길 떠나는 가족』과 극단 「목화」의 『심청이는…』등이 강렬한 표현양식을 이용한 실험 작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났다.
올해 연출상 부문에서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것은 전반적 기량의 향상으로 평가된다. 『길떠나는 가족』외에 『카르멘시타』(이종훈) 『심청이는…』(오태석) 『차이나 맨의 하루』(윤호진)등이 후보에 올랐었다. 반면 이는 연출이전의 작품, 즉 희곡이 뛰어나지 못했다는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따라 연극계 내에서는 연극제 참가작 수준향상을 위해 ▲실연 심사작의 참여 확대 ▲희곡심사 강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상식은 31일 오후4시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릴 예정.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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