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은행 부실에 '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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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 추세에 맞춰 부실의 대명사인 국유 은행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 폭을 넓혀 경쟁을 확대하면서 부실 채권이 많은 국유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 등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은행들을 총괄하는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의 류밍캉(劉明康)주석은 지난 1일 "외국 은행이 중국 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1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자본이 투자한 은행의 인민폐 업무 지역을 상하이(上海).텐진(天津) 등 9개 도시에서 지난(濟南).푸저우(福州).청두(成都).충칭(重慶)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계 은행의 지점 설치 자격도 완화했다.

이와 관련,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조건을 맞추려면 외국인 지분 한도를 향후 2~3년 안에 33%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당국은 또 부실 규모가 막대한 중국은행과 중국 건설.공상.농업은행 등 4대 국유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8년 이후 세번째다. 홍콩 언론들은 "국유 은행들은 자본금을 8천억위안(약 1백12조원) 늘려주도록 요구하나 정부 측에선 1천억위안가량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대 국유 은행의 부실 규모는 총자산의 23%(약 20조위안)라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지만 외국 금융시장에선 50%선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재정 사정이 빡빡해 공적자금의 일부를 외환보유액(현재 3천8백40억달러)에서 끌어다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일 중국이 조만간 신용카드 산업을 외국 업체에 개방할 것이라고 CBRC를 인용, 보도했다. CBRC의 劉주석은 "외국계 은행에 위안화 표시 은행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며 "먼저 시티그룹이 푸둥발전은행과 제휴,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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