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에 경찰 참사(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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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을 펴지도 못하고 떠나신 고인이시여,남은 13만 경찰가족은 당신의 고귀한 뜻을 이어갈 것이오니 편히 눈을 감으소서.』
16일 오전 11시 울산 경찰서 상무관에 마련된 고 김태균 경장(29)의 영결식장.
『민생치안 확립에 분투하며 1주일에 겨우 한번씩 집에 들어가면서도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들은 우리가 돌보겠사오니 눈물 거두고 떠나소서.』
배온호 울산 경찰서장의 조사가 낭독되면서 영결식장은 어느새 동료 경찰관들의 잔잔한 흐느낌으로 이어졌다.
고 김경장은 지난달 19일 오후 4시쯤 울산시 반구동 아파트단지안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아파트문을 두드렸으나 열어주지 않자 5층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도둑이 든」4층 베란다로 들어가려다 실족,10여m 아래로 떨어져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7일 숨진 것이다.
그러나 김경장의 죽음과 바꾼 도둑침입 신고전화는 허위신고였던 것으로 밝혀져 김경장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 동료경찰은 『쉽게 장난처럼 하는 허위신고전화가 경찰력 낭비뿐 아니라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며 비통해했다.
김경장은 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대학2학년 재학중 가정사정으로 중퇴하고 경찰에 투신,87년 4월 하동경찰서 진교지서에서 순경으로 출발한이후 지난 7월부터 반구 파출소에서 근무해오다 변을 당했다.
김경장은 짧은 경찰관생활중 경남 경찰청장 표창등 여섯차례의 수상경력을 가진 모범경찰이었다.
『아파트안에 큰 도둑이 경찰 출동사실을 알면 가족을 해칠까 싶어 동료에게 현관문을 지키게 하고 4층 베란다를 통해 아파트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입니다.』
생후 10개월된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김경장의 부인을 바라보며 무책임한 장난 전화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가정의 행복이 짓밟히게 될지 마음이 무거웠다.<울산=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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