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 험난한 선거법협상/여야 내일부터 본격 줄다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선거운동 범위싸고 이견팽팽/유권자 나이·전국구 정당투표제등 쟁점 수두룩
14대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여야가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을 위한 협상안을 각각 확정,17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키로 함으로써 선거법협상의 방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은 사무총장회담과 실무협상팀회담을 병행시켜 이번 회기내 선거법개정안을 처리한다는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있으나 선거구증구·선거운동방법 개선·투표방식 변경 등에 있어 현격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선거법개정은 13대 마지막 국회의 최대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측은 『26일 예결위 가동전까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의 기본개정방향이 합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들 법안과 내년도 예산심의를 연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고 민자당은 「예산연계 절대불가」를 오래전부터 천명,야당이 끝내 반대하면 강행통과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어 막판 국회에 파란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마련한 협상안의 특징은 지극히 당략적이라는 것이다. 민자당측은 선거구분구와 선거과열방지를 위한 선거운동 방법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친여무소속 규제를 노리고 있고 민주당측은 전국구 후보의 정당투표제 도입,선거권자 연령인하,선거운동방법 확대 등에 비중을 두고 있어 접근방식에서부터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선거법협상의 쟁점은 ▲선거구 증구 ▲무소속 출마규제 ▲선거권자 연령인하 ▲투표방식 변경 ▲합동연설회 존폐여부 ▲선거운동의 한계 등 6개 사항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선거구 증구문제가 최대쟁점. 민자당은 13대 총선때 유지했던 도농간 인구편차 4대 1(35만대 8만8천)이 4년이 지난 금년 현재 이미 6.7대 1까지 심화된 만큼 「표의 등가성」원칙에 의해 인구상한선을 35만에서 30만으로 낮추는 입장이다.
현재 최대선거구인 서울 도봉이 51만4천명인데 비해 최소선거구인 전북 옥구의 경우 7만1천명에 불과해 최소선거구의 1표는 최대선거구의 7.2표와 맞먹게 되어 위헌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30만으로 상한선을 낮춰 인구편차를 4대 1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것이 선거구분구를 주장하는 민자당측의 논거.
그러나 민주당측은 현행 선거구유지를 당론으로 못박으며 여당의 선거구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다. 표의 등가성문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면적인 이유는 3당합당으로 인한 정치수요급증과 여권실세를 염두에 둔 위인설구식 증구안이라는 것.
민주당측은 민자당이 인구편차를 문제삼으려면 전국 2백24개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시·도별 인구구성비에 의해 서울은 42개에서 56개로,부산은 15개에서 20개,대구·인천·경기는 각각 3개씩,광주·대전은 1개씩 늘리고 대신 나머지 지역은 최소 2개에서 6개 선거구까지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선거분구를 강력히 반대하는데는 민자당안으로 할 경우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의 분구는 광주북구 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0개는 모두 여당에 유리하다는 득실계산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선거분구를 추진하는 주체가 여당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단독처리에 따른 부담을 지우는 한편 선거구분구가 불가피한 민자당으로부터 정치자금법은 물론 민주당에 유리한 몇개 선거구를 따내 실리를 얻겠다는 것이 야당의 협상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측이 새로 내놓은 정당투표제는 관심거리. 전국구 의석을 의석수에 의해 배분하는 현행제도는 갈라먹기 식으로 직접투표 원칙에는 위배되는 것이며 학계에서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전국구도 직접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지역구 후보는 인물별로 찍고 전국구후보는 정당별로 투표토록 하여 유효투표수의 5% 이상 투표한 정당에 득표비율에 따라 전국구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유권자들이 익숙치않고 불편만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자당은 야당의 방식을 수용할 경우 민자당의 인기도를 보아 전국구 과반수 차지가 어렵고 정당인기가 표로 나타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민자당은 유권자연령 인하에 대해서도 『젊은층의 반여 반정부성향을 노린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자당이 국회의원 임기만료 1백50일전까지 정당원이 탈당하지 않을 경우 무소속출마를 금지토록 한 것은 공천에서 탈락한 친여무소속 출마를 원천봉쇄하자는 것으로 새로운 쟁점.
민자당 시안의 자격제한규정대로라면 내년 14대총선에서 공천받을 자신이 없거나 무소속출마를 원하는 정당원은 오는 12월29일까지 탈당해야 한다.
이는 선거공고일(선거일 18일전) 이전에 탈당하면 무소속출마가 가능한 현행법을 강화한 것으로 공천탈락자를 꼼짝없이 묶어두자는,그야말로 민자당 편의위주 조항이다. 이는 당내 공천탈락자의 출마방지와 함께 연희동등 여권표를 갉아먹을 구민정계세력도 겨냥한 것인데 지나친 출마자격제한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헌법에 보장된 피선거권의 제한,사실상의 정치규제라고 반대하고 있다.
선거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여야가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법에 명시적으로 허용한 방법이외의 모든 운동방법을 제한하고 있는 포괄적 제한 규정은 삭제하고 합동연설회는 계속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자당은 현행 선거법하에서도 과열·타락분위기가 재연되고 있는 마당에 선거운동의 포괄적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과열·타락분위기를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맞서고 있다.
민자당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타락·과열·충돌의 온상인 합동연설회도 같은 맥락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개정에 있어서도 ▲국고보조금규모 ▲지정기탁금제 존폐 ▲특별당비 양성화 등이 쟁점사항.
특히 민주당이 내놓은 특별당비 양성화안은 지금까지의 전국구 공천헌금을 인정하자는 것으로 낯뜨거운 조항이다.
민자당은 『공천장사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논란대상이다.<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