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위기,손써야할 때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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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전반이 어려워지면 가계부문에서는 저소득층이,생산부문에서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먼저 몸살을 앓게 된다. 정부의 갖가지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난은 매우 위험한 고비에 와있음을 느끼게 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금년 한햇동안의 휴·폐업 중소기업수는 5백50개로 작년보다 50%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금리와 자금난으로 돼있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곧바로 중소기업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체불과 실직을 결과한다. 이것은 경제난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노동부의 자료는 10월 중순 현재 전국 중소기업의 누적 체불임금이 작년 같은 기간의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이같은 고통은 증시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중소형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소외심리가 확산되면서 중소형 주식의 저가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상장중소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마저 제약을 받게 돼 재무구조 악화­주식저가화의 악순환에 빠져든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상장기업에 비해 비교적 건실한 상장중소기업들이 이 지경에 처해 있으니 비상장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어떤 모습일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사례들은 이것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앞으로 빠른 시일안에 사태가 호전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불행히도 현재로서는 낙관의 근거들을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수출부진·인력난·고금리와 자금난 등 현재의 곤경을 몰고온 갖가지 요인들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이 당면한 현재의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혹시 중소기업의 연쇄부도에 대한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때늦지 않게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물가억제를 위한 금융긴축 등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이 미칠 효과를 예측함에 있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을 반드시 구분해서 헤아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력과 시장지배력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어려움이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은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더 필요하게 된다.
자금난으로 야기되는 고통이 기업간 대금결제의 불평등으로 말미암아 중소기업쪽에 더 많이 전가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특히 중소제조업의 부실화를 내버려두고는 산업경쟁력 강화도,수출촉진의 기반마련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인식이 정책결정의 과정에 좀더 깊이 스며들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곧 바로 산업전반의 문제로,그리고 사회적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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