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에서 기자로 변신 M-TV 백지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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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MBC뉴스데스크』에서 엄기영 앵커와 공동진행을 맡고 있는 백지연씨(27)에게 얼마 전 조그마한 변화가 있었다. 아나운서 실에서 보도국 국제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제 아나운서 대신 기자라는 꼬리표를 붙인 지 넉달 남짓.
『회사차원에서 결정한 일입니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앵커로키우기 위한 과정으로 보면 되겠죠. 그러나 제 스스로 아직 자신 있게 앵커라는 말은 못해요.』
지난 88년 5월 입사한지 얼마 안돼 겁도 없이(?)『MBC뉴스데스크』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후 3년1개월만에 새로운 변신을 경험한 백씨. 기자·앵커 두 가지 업무를 번갈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제부기자로 직접 기사를 만들고 리포트도 하다가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편집부로 자리를 옮겨 9시 뉴스진행준비를 하는 게 요즘의 일과다.
『지금은 초반기의 긴장과 부담은 없어졌으나 책임감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뉴스가 나가기 전 잠깐 예고 방송을 해도 이내 문의전화가 잇따를 정도니까요.』
아직은 초반의 이미지 때문인지 백씨를 선뜻 기자로 부르기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백씨는 야무진 포부를 「살짝」 내비친다.
『미국 ABC의 유명한 여성앵커 바버라 월터스로부터 본받고 싶은 게 있어요. 다름 아닌 인터뷰 능력이죠. 앵커에게는 뉴스감각과 현장경험도 중요하지만 인터뷰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난번 유엔가입을 앞두고 그레그 주한 미국대사 등 주요인사들을 인터뷰하며 느낀 생각이란다.
백씨는 학창시절 앵커 하면 40대 이후의 중후한 인물을 떠올리곤 했으나 어쩌다 새파란 나이로 이 일을 맡고부터는 스스로 천직이거니 여겨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위치 때문에 주위의 많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다 보니 늘 정장을 해야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백씨는 무슨 일이 주어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려는 성격이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이라고 얘기한다.
지성과 응변의 재치를 갖춘 진정한 여성앵커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그녀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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