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든 고구마가 다 썩어서 호미질을 해봐야 망태기에 주워담을 것이 없으니 겨울 아궁이 불 앞으로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무얼 구워주어야 할까요? 이런 것이라도 골라서 팔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또한 서글픕니다. 하지만 어머니, 그 벌레먹은 콩일망정 한 서너되 골라서 저는 청국장을 띄웁니다. 방문을 열면 얼굴에 끼치는 그 꿈꿈한 냄새와 아궁이 불 앞의 그을린 냄비 속에 청국장을 떼어 넣고 바다에서 건져올린 생새우 한 주먹과 텃밭의 무를 삐져 넣으며 끓이시던 그 청국장 냄새가 그리워 청국장을 끓입니다. 매운 연기에 눈물 훔치시던 어머니의 그 모습이 청국장의 맛이었음을 알기에-.
박형진<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