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BC - TV 한국계 혼혈 앵커우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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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TV의 워싱턴 특파원 소냐 크로퍼드(35.사진). 매 주말 미 전역에 방송되는 '월드 뉴스'에서 한 코너를 맡고 있는 그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외모를 보면 영락없는 미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크로퍼드는 선교사인 미국인 아버지 데이비드 크로퍼드(64)와 한국인 어머니 홍설자(65)씨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부모는 현재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며 한국성서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크로퍼드는 한국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정치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라디오 기자, 프로듀서, TV 리포터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NBC 방송 LA 지사에서 3년 동안 PD로 일하면서 에미상도 받았다. '데이트 라인 NBC'라는 프로그램에서 O.J. 심슨 재판에 관한 내용을 다뤘을 때였다.

"라디오 기자 시절에는 빠르고 정확하게 글 쓰는 법을, PD 시절에는 신선한 기획력을 배웠어요."

2002년 가을 ABC-TV 특파원으로 워싱턴 DC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이달부터 주말 방송을 맡고 있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크로퍼드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녀는 고교생이던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TV.라디오 리포터와 CF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KBS '전국은 지금'에서 '영어 한마디' 코너를 맡기도 했다. 88년 서울 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방송리포터로 활약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아침 일찍 방송을 마친 후 학교에 가는 강행군의 반복이었거든요. 하지만 '더 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극복했어요."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지 무엇보다 부모님과 가족의 격려와 뒷받침이 가장 컸다고 한다.

"어머니는 항상 제게 많은 일을 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장차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경험을 쌓아보라고요."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많이 소개하는 앵커우먼이 꿈이라고 했다.

워싱턴지사=유승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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