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토론방] 의제: 본 의회는 기여입학제를 허용할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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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원(대청중 3)

기여입학제란 학교의 설립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운 이들의 자녀에게 입학을 허락하는 제도이다. 이를 반대한 자들의 주장을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훼손된다는 것과, 부유층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것. 하지만 이 제도를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것'이라고 부정하기에는 이르다.

우선, 기여입학제가 실시된다 해서 '있는 자들'만이 그리고 '있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먼저 기여입학은 소수에게만 적용되므로 전체적인 입시경쟁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일정기준의 실력을 증명한 이들 한에서 허락한다면 '있는 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있는 자들만이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부받은 돈으로 장학금을 늘리고 교육 환경을 개선한다면, 이는 되레 이득이 될 것이다. 등록금이 인상되고,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인 지금, 기여 입학은 여러 문제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송영래(대청중 2)

돈으로 불평등을 조장하는 기여입학제를 반대한다.

첫째,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나, 기여입학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한 학생과 노력을 덜 한 기여학생이 입학경쟁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한다. 페스탈로치는 사회적 불평등은 교육으로만 시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경제력이 교육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가 말한 교육의 참 의미는 무너진다.

둘째, 학생의 실력이 아닌 가족의 경제력으로 인해 학력의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차이들이 대물림된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녀를 공부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을 다닌 부모의 자녀가 대학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부유층에 대한 대학교들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기여입학제에서 오는 기금으로 관리비, 개발비 등을 부담하는 대학들은 기여입학생 숫자가 줄면 학교 운영이 자연히 어려워지게 된다. 시설의 관리와 수업 방식 체계 발전을 하지 못하는 학교들은 결국 퇴보할 것이다.

총평

황지원 학생은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해 좋은 논거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상대편의 주장을 미리 예측·반박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전개하는데 이는 찬성 측에 합당치 않다. 찬성 측은 정책을 제시하는, 즉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입학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역할이다. 그러므로 정책의 이점을 먼저 성립하고, 그 다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보다 유익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득실 계산). 따라서 끝에 언급한 장학금 및 교육 환경 개선을(정책의 이점) 먼저 설명한 뒤 상대편이 할 수 있는 반박에(정책의 문제점) 대한 기본적 대처를 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즉 좋은 논거들이지만 배열과 전개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

송영래 학생은 반대 측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논거 내 그리고 논거 사이에 구분 및 연결성에 있어 발전할 수 있다. 세 가지 점을 지적하자면 ①첫째와 둘째 논거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현재로선 교육기회의 평등 하나로 보인다. ②대학교육을 받은 부모가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을 베풀 수 있다는 대물림 논리는 기여입학제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③기여입학 기부금에 지나친 의존이라는 주장은 윤리적 문제보다는 실질적 문제에 대한 예측이므로 그 예측을 신뢰하게 해줄 만한 증거를제시해야 한다.

조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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