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수렴은 말뿐… 각본대로…/겉치레 공청회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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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방침 추인 요식행위/여론 나쁠땐 반복개최로 무마
정부 각부처가 중요정책을 수립,시행할때 민의를 수렴해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개최하고 있는 각종 공청회·토론회 대부분이 민의 수렴은 말뿐 정부방침을 추인하는 요식절차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87년 6·29선언 이후 「밀실행정」을 「공개행정」으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1년에 보통 5∼20회의 정책관련 공청회·토론회를 열고 있으나 상당수가 모양만 갖춘 겉치레 행사에 불과하며 여기서 개진된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시간낭비」「인력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각본에 따른 졸속진행=보사부산하 한국식품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대한약사회관에서 개최한 「광천음료수 기준 및 규격제정과 시설기준 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주최측 발표자가 미리 배포한 설명자료를 읽는데 45분이 소요된 반면 토론자(10명)에게는 7∼8분의 짧은 시간만 할애됐다.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지엽적 문제만 지적했고 간혹 「심각한 얘기」가 나오면 사회자·보사부 관계자가 『여기는 그런 것 얘기하자는 자리가 아니다』며 제지했다.
서울시가 8월23일 시청에서 개최한 「한강수상이용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는 환경오염문제를 다룰 학자나 이용객이 될 시민은 참가시키지 않고 유람선·보트운영업체 관계자 15명만 참석시켜 참신한 아이디어나 건전한 비판의 장과는 거리가 멀었고 서울시는 이미 공청회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책자까지 나와 있는 상태였다.
◇여론 무마용 반복개최=교육부는 94년도부터 실시되는 새 대입제도를 만들때 89년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대학 교무처·과장회의,대구·광주·대전 등 각시·도교위 공청회를 통해 안을 확정짓고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자 90년말 같은 안으로 전주·대구등지에서 또다시 공청회를 열어 「고심하는 흔적」을 보이려 했다.
◇정책 미반영=교통부 산하 교통개발연구원 주최로 7월18일 63빌딩에서 열린 「경부고속전철 건설의 효율적 추진방향 심포지엄」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지역적 불균형 심화 ▲현레일식 전철의 시대적 낙후성 등을 들어 반대하면서 화물전용 도로건설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결론이 내려졌다.
반면 이미 결정된 노선이 지난달 일체의 여론수렴 과정없이 장관의 일방 지시로 충북을 경유하는 것으로 급변경 됐다.
서울시 교육청도 지난 4월 학군경계선 조정과 관련한 3개시안을 놓고 시내 중학교 교사·학부모·학생 2만7천여명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현행 학군을 9개구 교육청관할 지역단위로 조정하는 안」이 56.6%의 지지를 얻었으나 『강동·송파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며 시행 불가를 천명,그러려면 의견청취는 뭐하러 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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