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망 어업/조업중단 위기/“해양오염”미서 수입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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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 1천억 시장 잃어 업계타격
원양오징어 어획량의 40%(1천억원규모)를 차지해온 북태평양상의 유자망어업이 설자리를 잃게 됐다.
미국상무부는 지난달 18일 유자망으로 잡은 생선의 수입을 금지시킨데 이어 내년 7월에는 유자망조업국가의 모든 수산제품(어망·어구포함)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하원 해양어업소위도 지난달 한국·일본·대만을 유자망 조업국가로 지목하고 내년 9월부터 유자망어선들에 대해 미국의 모든 항구를 봉쇄하는 한편 전자제품을 비롯한 다른 상품에까지 미대통령이 통상보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자망어업은 바늘이 달린 그물을 조류에 흘려보내 바늘코에 걸린 물고기를 잡아올리는 방식으로 그물손실률이 높아 바다를 오염시키고 손실된 그물에 돌고래등 해양포유류의 희생이 잦아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환경보호론자의 비난을 받아왔다.
부시 미대통령도 지난 6월 『유자망어업은 해양환경을 파괴하는 조업방식』이라고 비난하고 『유엔과 공동으로 이에 대처하겠다』고 밝혀 유자망조업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유자망원양업계는 올해가 마지막 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통상보복위협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북태평양에서 주로 오징어를 잡는 국내유자망 어선수는 현재 1백39척으로 전체 원양 오징어 어획량의 30∼40%인 10만t정도를 매년 잡아올리고 있다. ㎏당 도매가격이 1천원 수준이므로 줄잡아 1천억원대의 막대한 규모.<그림참조>
유자망시장의 폐막을 앞두고 수산청과 국내업계의 눈은 일본으로 향해있다.
일본은 유자망어선수가 4백50척으로 세계최대의 유자망조업국가. 일본은 자국유자망어업 보호를 위해 다음달 동경에서 북태평양해양과학자대회를 열 계획인데 이 대회에서 『유자망어업이 해양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내업계도 유자망조업국가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경우 조업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한편 국내업계는 지난해 미국과 유엔의 유자망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유자망어선 2척을 척당 10억원을 들여 채낚기어선으로 개조,북태평양에서 시범조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북태평양의 오징어가 육질이 약한 적오징어여서 낚시로 잡을 경우 선상에 끌어올리기 직전 대부분 낚시에서 떨어져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수산청은 『유자망어선을 상당부분 폐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비관적인 내부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청 한 관계자는 『우리의 힘으로는 규제쪽으로 기울고 있는 미국의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전제하고 『어선개조에 척당 10억원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선령 25년이 넘은 유자망어선 70여척의 폐기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징어유자망협회측은 『규제를 하려는 쪽은 정부·의회·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리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며 『신조업방식의 개발과 어선개조에 정부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는한 유자망업계는 이대로 끝장』이라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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