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유의 삶 화폭에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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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주에 살며 제주풍경만을 그려 온 중진화가 변시지씨(65)가 최근 제주대를 정년퇴임, 기념전을 10월3일까지 예향화랑(763-4255)에서 열고 있다.
「제주풍화전」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에는 제주의 바람과 돌·소나무·말등 황갈색 주조로 담은 작품 25점이 출품됐다. 대부분이 3∼4호 안팎의 소품들이다.
『제자들과 지난 16년동안 함께 연구하고 작업한 세월이 무척 보람있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보니 내가 벌써 늙었나 하는 섭섭함이 앞섭니다만 이제부터 작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의욕이 생깁니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장판지나 흙을 연상케 하는 황갈색이 바탕을 이룬다. 그 바탕 위에 마치 수묵화와 같은 검은 선묘로 대상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자유분방한 붓놀림으로 드러난 바람속에 돌담과 쓰러져가는 초가, 꾸부정한 소나무, 비루먹은듯한 조랑말등 제주의 소재들이 문인화처럼 담겨있다.
때문에 그의 풍경화는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 제주도 특유의 삶이 배어 있는 풍물적인 요소가 진하다.
『어떤 이들은 제 작품의 황갈색이 제주도 농부의 갈옷빛을 닯았다고 합니다. 제눈엔 강렬한 태양 아래 펼쳐진 하얀 파도와 모래가 누렇게 물든듯 보였습니다.』
주로 소품만을 그려온 그는 앞으로 이를 대작화하는데 여생을 바칠 예정이라고. 이번 전시회에 맞춰 두번째 화집인 『제주풍화집』을 출간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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