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3불 정책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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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부는 사립대학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3불정책(Three nots policy)이다. 3불에 대한 한국 대학들의 여러 가지 불평을 듣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비롯한 교육부의 5대 규제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규제를 줄이고, 교육부의 기능을 대체할 '고등교육위원회' 등 민간 참여 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재정 지원과 회계 감독 등의 기능만 하라는 것이다.

OECD 교육위원회 소속 마이클 갤러거 정책기획국장 등 전문가 검토단(Review Team)은 25일 웹사이트(www.oecd.org)에 이런 내용의 '한국 고등교육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토단은 갤러거 국장을 포함한 외국 전문가 4명과 국내 전문가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보고서는 OECD가 2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대학 관련 정책 개선 방안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간행됐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검토단으로부터 진단을 받았다. 보고서는 2004년 3월에 작성하기 시작해 2006년 말에 완성됐다. OECD가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 제언을 담은 보고서(Country Note)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ECD가 지적한 5대 규제=검토단이 첫째로 거론한 규제는 3불정책이다. 검토단은 "3불정책은 실제로 대학이 독자적인 입학 절차를 개발하는 데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단은 "대학들이 스스로 입학 정책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면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선택권을 더 많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토단은 그러나 "대학기관의 선발 투명성을 높이는 다른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채 3불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사립학교법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사학이 횡령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근거로 모든 사학을 일률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토단은 "규제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사학에 국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또 ▶교육부의 대학 정원 배정 규제 ▶학부생 감축.교수 확보율 상향 조정 등 제한 ▶등록금 규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교육부 기능 대체하라"=OECD는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대학에 다양한 정보를 주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 관료보다 민간인을 적극 채용할 것을 권고했다. 검토단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교육부의 기능을 대체할 '고등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대학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다. 대학의 발전 방향과 비전을 수립하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검토단은 "교육부의 기능은 재정 지원과 회계 감독으로 국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토단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2005년 10월, 열흘간 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KAIST 등 국내 대학을 직접 방문했다. 검토단을 만났던 대학 관계자들은 "OECD 검토단이 한국 정부의 규제 실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박춘란 대학정책과장은 "조만간 정부 관계자와 대학 관계자가 참여하는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3불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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