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인기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아이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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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드게임은 가족들이 모이는 추수감사절이나 연말을 겨냥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다. 보드게임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건 모노폴리(Monopoly·독점)다. 모노폴리는1935년에 만들어져 7억5천만 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다양한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결합해 심슨 모노폴리·반지의 제왕 모노폴리·해리포터 모노폴리 등 헤아릴 수 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 이름도 수상한 모노폴리. 다시 말해 ‘독점’게임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모노폴리의 역사는 19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리지 매기(Lizzie Magie)라는 사람이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사상을 설명하기위해 개발한 건물주 게임(The Landlord’s Game)에서 유래했다.

헨리 조지는 19세기 후반 뉴욕을 방문했다가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도시 뉴욕의 노동자들이 덜 발전된 캘리포니아 노동자들보다 못먹고 못사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역설적 상황에 자극을 받은 헨리는 1879년 <진전과 가난 (pro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 책이 3백만부나 팔리는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적·기술적 발전으로 얻어진 부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나눠지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땅 소유주나 건물 소유주가 그 이익을 독점적으로 착취하기 때문에 산업화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노동자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모노폴리는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게임을 해보면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한국의 부루마블과 달리 모노폴리는 같은 색깔을 가진 땅을 모두 매입해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일단 한 구역을 독점하면 건물을 마구 지어서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려받을 수 있다. 돈없는 다른 게임자들이 그 땅을 거쳐가면 금방 빈털터리가 돼 파산하고 만다.

매기가 처음 만든 건물주 게임은 1924년 특허를 받았다. 그후 찰스 대로우(Charles Darrow)라는 사람이 건물주 게임을 변형해 현재의 모노폴리를 완성했다. 찰스는 원래 필라델피아 근교에 살면서 보일러 판매를 했다. 그러나 그는 대공황의 여파와 1929년 증권시장 붕괴로 실직하고 만다. 친구들이 매기가 개발한 건물주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고 모노폴리를 만들었다.

원래 중서부 지방의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건물주 게임은 동부까지 퍼지게 되었고 마침내 뉴저지 아틀랜틱 시티까지 전해졌다. 찰스에게 게임을 가르쳐준 사람이 아틀랜틱 시티에서 배웠기 때문에 아틀랜틱 시티 지명이 고스란히 모노폴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모노폴리는 찰스가 혼자 창작한 게임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독점의 무서움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게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대공황기의 노동자들이 왜 이 게임에 몰두를 했는지 이해가 된다.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1839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초등교육 졸업 후 독학으로 경제학자가 되었다. 단일토지세를 주창한 <진보와 빈곤 progress and povert>이 대표작. 인구의 증가나 기계 사용에 의한 이익은 토지의 독점적 소유자에게 거의 흡수되어 버려 빈부의 차가 커지고 지대는 상승해 이자 임금은 하락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방법으로는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해 사회복지 등에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동협 [ryudonghyup.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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