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군사동맹 체제 더는 유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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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평시 작전통제권(1994년 한국 이양)에 이어 전작권까지 한국이 모든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바뀌는 군사동맹= 전작권 이양은 한반도 분쟁이나 전쟁 등의 비상사태 발발시 한국이 자체 방어의 책임을 주도해야 함을 뜻한다.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계에선 전쟁이 나면 한미 연합사가 주축이 된다.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 Ⅲ'가 내려지면 전작권은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고 연합사령관은 한미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MC)의 지시를 받아 작전통제 권한을 행사한다.연합사 사령관이 주한미군 사령관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한국에 이양되면 연합사도 해체된다.한국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아 주도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해야 한다.한미 양국은 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주한미통합군사령부(USJTF-K)와 한국 합동군사령부를 각각 창설해 독자적인 작전권을 가지는 형태로 각자의 군을 운영키로 했다.

◇일치한 한미 이해=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은 전세계 미군에 대한 재편계획(GPR)을 강력 추진했다. 골자는 '고정군'에서 '기동군'으로,'중후장대'에서 '신속타격'으로,'경직성'에서 '유연성'등으로 변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의 미2사단처럼 무거운 기갑 위주의 붙박이군보다는 인근 지역의 분쟁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이동,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입장에선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한반도 분쟁시 미국이 전쟁을 주도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용도는 한반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는 첫 단추가 전작권 이양이다.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 측은 한국에 전작권을 이양받으라고 계속 요구해 왔다.

노무현 정부 들어 부각된 '자주적 군사동맹'도 전작권을 찾아오는 배경이 됐다. 효순.미선양 사망 사건을 거치며 386세대의 폭발적인 지지 속에 등장한 참여 정부는 '자주국방' 정책을 국방의 한 축으로 삼았다.

노 대통령은 전작권 이양을 수차례 강조했다.국방부.외교부 등 실무 부서에선 당연히 환수 신중론은 사라졌다.전작권을 주고 받는 쪽의 입장이 일치하게 된 것이다.

◇"한미 관계는 이제부터"= 군사 전문가들과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들은 "한미 관계는 이제부터"라고 했다. 많은 부분이 백지 상태로 앞으로 동맹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판가름된다는 것이다.

한 외교안보 인사는 "지난 50년간 지금의 한미동맹처럼 강한 동맹이 유지돼 온 것도 대단히 유례없는 일이지만,앞으로 현재의 한미동맹만큼이나 강한 동맹이 유지될지 역시 대단히 유례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의 개선이나 악화 여부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주일미군의 역할 확대 등의 여러 시나리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작권 이양은 단순한 작전통제권의 소재가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전 이후 한반도에 만들어진 군사동맹 체제가 더는 유지되지 않으며, 따라서 향후 한미 관계와 동북아의 군사외교적 정세는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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