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논의 본격화 … 상용화 가닥 잡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최근 네이버가 IPTV(인터넷TV)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IPTV 시범사업에 참여한 다음도 IPTV 사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KT는 출발신호만 기다리고 있다. 미디어와 통신 업계는 정부의 IPTV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할 기반이 다 돼 있고 잘만하면 IPTV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IPTV의 도입을 둘러싼 논의만 활발할 뿐 딱부러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신속한 정책 결정해야"=한국의 IPTV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낸 '방송통신 융합의 최신 동향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 IPTV 시범사업에서 테스트한 기술은 고화질(HD)급 화질과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신 기술"이라며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속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IPTV가 출현하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새로운 콘텐트를 접할 창구가 하나 더 생기고 인터넷.TV.전화가 결합된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케이블TV와 IPTV의 서비스 성격이 유사한 만큼 두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잣대도 같아야 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또 콘텐트 생산자인 지상파 방송사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IPTV 성공의 관건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취지는 공감, 의견은 제각각=IPTV 도입의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법제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고 입장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간통신사업자가 IPTV를 하려면 자회사를 만들어 하라는 주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계기는 13일 열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워크숍이다. 융추위가 IPTV 사업과 관련해 '자회사 분리 참여와 전국 권역 부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전국IT산업노조연맹이 자회사 분리에 반대했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차관도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케이블업계와 다른 사업자들도 자회사 분리에 긍정적이다. 조창현 방송위원장도 2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KT가 자회사로 분리해 IPTV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권역 부여에 대해서도 KT 등은 찬성하고 있지만 케이블 업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망 개방 문제에도 의견은 엇갈린다. 21일 열린 'IPTV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인터넷기업협회는 "(초고속 인터넷) 망이 없는 사업자도 IPTV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망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범서비스에 참여한 다음 등 망이 없는 사업자의 IPTV 진입을 염두에 둔 제안이다. 하지만 정통부와 KT는 이러한 제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IPTV 도입에 부정적이던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무료.공공서비스인 지상파 강화를 위해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무료 디지털 다채널 방송인 MMS를 도입한다면 IPTV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IPTV 도입이 오히려 지상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성.상품성 있을 것"=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유료방송 가입자가 총가구수(1600만)의 88%가 넘기 때문에 융합 서비스 시장 저변 확대가 쉽지 않고 케이블 시청료가 아직도 저가여서 IPTV 등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심하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콘텐트나 서비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기존 시장을 치고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KT가 서울.경기.양평 지역의 240여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사용자의 46.5%가 IPTV 서비스가 시작되면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원하는 때에 즐길 수 있는 것(71.4%)과 다양한 콘텐트를 갖추고 있는 것(62.2%) 등을 IPTV의 장점으로 꼽았다. KT는 "서비스 상용화 때까지 콘텐트를 확충하고 적정 요금을 제시하는 등 고객의 요구 수준에 부합한다면 높은 시장성과 상품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망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로 ADSL급 네트워크에서도 HD 방송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많은 시청자가 몰릴 때에는 서비스 품질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KT가 IPTV 서비스가 가능한 가입자를 현재 약 71만 명에서 280여만 가입자 수준으로 늘리도록 망을 확충하고 하나로 역시 지난해 430만 가구였던 광랜(100Mbps급 데이터 처리속도) 서비스 지역을 올해 600만 가구로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