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잔치」위화감부르지 않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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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북한 유엔동시가입과 관련해 뉴욕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사절단의 활동은 호화·과소비를 몰아내자는 시책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나라 안의「보통사람」들은 『무역적자가 1백억달러나 된다』 『물가가 하늘 꼭대기까지 뛰어오른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아우성들이다. 정부도 호화·사치생활자를 없앤다며 청와대 사정회의를 열고 호화생활자 특별관리니 뭐니 하며 으름장을 놔온 것이 사실이다.
또 정부는 여름휴가기간중 정부의 과소비억제 방침을 어기고 호화·사치성 해외여행을 한 공직자 4백50여명에 대해 전원 징계키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호화경축활동은 무엇인가. 뉴욕에는 정부공식사절단을 비롯, 경제계 인사들·예술공연단·취재기자단등 줄잡아 5백∼6백명의 사절단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모두들 하룻밤에 수백달러씩 하는 호텔에서 묵으며 한끼에 수십∼수백달러의 식사를 하면서 흥청망청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은 물론 역사적 사건이다. 그렇다고 1백명이 넘는 예술단이 가서 카네기홀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별 뚜렷이 할 일도 없는 국회의원들이 대거 몰려가야만 하는 것인가.
또 그렇게 해야 국익에 도움이 되고 우리 정부나 노태우대통령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유엔가입에는 노대통령 혼자가서 의젓하게 연설하고 그것을 언론이 국민에게 상세히 보도하면 그 뿐이다. 경축사절단이 대거 몰려가서 뉴욕바닥에 귀중한 달러를 마구 뿌려봐야 우리 경제에 대한 과대평가만을 더 부풀려 시장개방 압력이나 가중시키게 될 것이 뻔하다. 또 10여명만으로 구성된 북한사절단에 위화감을 줄 우려도 있다.
정부사절단의 낭비에 한술 더떠서 여야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더 가관이다.
꼭 미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을 만나 악수해야 한다고 믿는 그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여야지도자들은 그들이 뉴욕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국민의 눈에 「대권경쟁」이나 자칫하면 「사대경쟁」으로 보일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뉴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노라면 사절단 구성원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놓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과소비를 억제하고 근검절약하라고 할 수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오휘분 <서울동작구사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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