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면 부자동네로 가라

중앙일보

입력

“ 인생도 경영도, 그리고 골프에서도 성공하는 방법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그리고 기초에 충실하는 것이 최고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LPGA 프로골퍼 박지은의 아버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점을 3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박수남 (주)삼원가든 회장(63).

그의 삶 속에 녹아있는 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솔한 경영 철학을 만나본다.
 
# 도약
 
“지난해 개점 30년을 맞은 삼원가든은 올해부터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정신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 제2의 도약을 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삼원가든을 더 이상 전통음식점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다(多) 브랜드 종합 외식 기업으로 변모시킨다는 목표를 밝히며 다소 들뜬 표정을 지어보였다.
 
삼원가든과 일식 레스토랑 '퓨어' 외에 그릴&스시라는 소제목을 가진 레스토랑 '퓨어 멜랑쥬'와 와인 사케 전문점 '메자닌'을 오는 4월에 오픈 할 예정이다. 또,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등 2010년까지 새로이 50여 개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육류 유통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삼원가든 갈비 및 불고기 세트를 백화점과 TV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올 3월부터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하는 등 유통망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 최신 위생 설비를 갖춘 약 200여평 규모의 육가공 공장을 압구정 삼원가든 본점 옆에 증축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가 삼원가든을 기업화시키겠다고 나선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돈벌이를 원했다면, 서울 시내에서도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압구정동에서 대지만 2400여평을 가지고 음식점을 운영하기 보다는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하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그러나 돈 보다는 고객에게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깊은 교훈을 주는데 일조하고 하고 싶었죠. 그래서 30여년 전에 '도심 속 공원'이라는 콘셉트로 삼원가든을 개점했는데 이제는 큰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세월 삼원가든을 연 매출 250억원대로 키워낸 박 회장으로서는 민족 고유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주는 매개체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2개의 점포를 확장해 전국적인 매장을 가진 기업으로 일군다는 포부다.
 
# 기본기
 
지난 1976 년 6월, 직장을 그만 두고 뭔가를 해보겠다고 결심한 박 회장은 시흥동에서 당시‘삼원정’이라는 음식점을 시작하면서 외식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그의 첫 시작은 좌절에 가까웠다.
 
"개업한 첫날 2시간 만에 문을 닫았어요. 외식업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제가 갑자기 경영을 하려니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었죠. 뿐만 아니라, 직원들 관리하는 법도 몰라 문을 열 때마다 쓴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 회장은 이후 직접 경영을 하기보다 큰 업소를 찾아가 재료를 고르고 바닥 청소하는 것부터 직원관리에 이르기까지 밑바닥부터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외식업은 1981년 당시 서울 최고의 부자동네인 압구정동에 대지 2000평이 넘는 대형식당 삼원가든을 열면서 크게 발전했다.

"유태인들의 상술에 돈을 벌려면 부자들한테로 가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당시 제일 부자동네에 식당을 차렸죠.“ 아파트 주민을 겨냥해 '정원식 식당'을 꾸몄는데, 이 전략이 그대로 적중했다.

”76년 100평 남짓한 식당을 열고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열심히 일했는데 5년 만에 당시로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식당을 열어 정말 기뻤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은 또한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키가 채 170㎝도 되지 않는 그는 골프채를 잡은 지 8개월만에 싱글핸디 수준의 아마골퍼가 됐고 골드CC 챔피언을 지냈다. 딸 박지은에 뒤지지 않는 골프실력을 갖고 있는 그는 80년대 초 드라이브샷으로 뚝섬골프장의 그물망을 넘긴 유일한 아마추어이기도 하다.

당시 '아마추어는 절대 볼을 넘길 수 없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매일 서너시간씩 드라이브샷만 연습해 기어코 300야드의 벽을 넘었다는 일화를 갖고 있다. 골프에서 배운 경험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박 대표.
 
"골프는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하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플레이하는 만큼 정직해야 합니다. 회사운영도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정직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은 CJ 계열사로 편입된 삼호F&G(옛 삼호물산)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기도 한 박 대표의 새로운 출발이 자못 흥미롭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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