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제 올해도 부결|60년간 24회 상정…일부교파선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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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개신교단 가운데 최대의 교세를 지녔다는 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측이 올해도 현안인 여성안수 헌의를 부결시킨채 18일 제76회 총회를 끝냈다. 16일 오후 실시된 여성안수 헌의투표에는 총대 약 1천5백명 가운데 1천1백79명이 참가해 찬성 5백51, 반대 6백20, 기권 4, 무효 4로 헌의안을 부결함으로써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여성안수 헌의의 내용은 여성들도 남성과 똑같이 목사나 장로직을 맡을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여성들의 지도자직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현 교회건법 명문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이 여성안수문제는 어제오늘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며 예장(통합)의 경우만해도 일제하인 1933년 경안노회에서 여장로선거와 여자기도권에 대한 문의가 제기된 이래 약 60년동안 24차례나 총회에 헌의되고 그중 15차례는 투표로 가부를 기려야했던 오랜 현안의 하나였다.
같은 개신교단중 감리교쪽은 1955년 이미 여성안수제도를 채택, 명화용·전밀라씨등 현재까지 1백여명의 여목사와 전체 장로수의 10% 수준인 2천∼3천명의 여장로를 배출했다.
기독교장로회(기장)쪽도 57년 첫 여장로(강경애)를 낸데 이어 74년에는 우여곡절끝에 여성목사안수 헌의를 통과시켰으며 이에따라 양정신씨(인천삼일교회 담임목사)를 비롯한 33명의 여목사와 약90명(사망·은퇴자 포함)의 여장로사 안수를 받고 현재 시무중이다.
여성안수는 남녀평등의 실현, 우리 문화의 고질적 폐해로 지적돼온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청산이라는 기독교적 소명과 직접 관련시켜 교계내 여성신도들이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사안이다. 예장통합의 경우 결과는 부정적이었다고 하나 약 60년동안 총회에 24차례나 여성안수 헌의가 상정된 것은 그 때문이다.
여성안수문제는 해를 거듭 할수록 교단내에 공감대를 넓혀 지난 18년에는 헌의안이 불과 1백30이란 근소한 표차로 부결됐고, 이어 89년에는 과반수선 원칙 때문에 역시 부결되기는 했지만 찬성이 오히려 반대보다 4표 많은 고무적 결과를 빚기도했다.
이에 힘을 얻은 교단내 일부 여성들은 신대원(신학대학원)을 나온 젊은 엘리트 50여명을 규합, 89년 「여성안수를 위한 예장여성회」(회장 이계심)란 전위조직을 발족했다. 이들은 반대론자들의 감정을 덧들이지 않는 선에서 금식기도회, 일련의 교육프로그램등을 통한 개량적 의식화작업을 전개해왔으며 한편으로 세계적 추세나 국내의 민주화진전등을 감안, 올 총회에서의 여성안수 헌의 통과에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총회의 헌의부결은 이들을 크게 실망시켰고, 거기다. 『이번 부결을 계기로 향후 3년동안은 더이상 여성안수문제를 거론치 않는다』는 부대결의안까지 통과되는 바람에 여성회원들의 사기는 몹시 저상돼있는 상태다.
여성안수를 위한 예장여성회의 이계성간사(31)는 『교단 지도자들이 지닌 보수성의 벽이 여전히 높으며 이를 극복하는데는 아직도 적지않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장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통합측이 여성안수문제에 대해 고작 이정도의 결정밖에 내릴수 없었는가를 생각할때 좌절감과 함께 분노가 앞선다』고 말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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