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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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구한말 도탄에 빠진 백성들에게 「인간이 곧 하늘이며 만인은 평등하다」는 동학사상을 보급하고 실천하다 끊임없이 쫓겨다녀야했던 해월 최시형의 행적과, 그러면서도 새 세상의 도래를 굳게 믿었던 그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후반 동학혁명 발발에 대한 역사 해석이 관심을 자아낸다.
최시형은 무장봉기를 외치는 전봉준에게 『실패할게 뻔한 상황에서 영웅주의적 생각으로 봉기했다가는 동학사상이 이 땅에 뿌리내리는데 결정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철학자 김용옥씨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개벽』의 화면을 보면 1년여동안 전국을 돌며 4계절을 담아낸 제작진의 열의를 느낄수 있다.
주연을 맡은 이덕화는 몸무게가 6㎏나 빠질 정도로 열연했는데 늙고 야윈 몸으로 교수대에 서는 마지막 장면의 연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한다.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1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자존심」 임권택다운 작품이다.
이혜영·김명곤·이석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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