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대표, 盧대통령·한나라에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조순형 대표가 새로 사회봉을 잡은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30일 첫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었다. 趙대표는 이날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민주당의 역할론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오늘부터 총선까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당무에 임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무한 대치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는데 체제를 정비한 우리 민주당이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하자"고 말했다.

'미스터 쓴소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민주당은 현 정국에 대해 盧대통령과 한나라당 양쪽에 쓴소리를 했다. 국회 실종 사태에 대해선 한나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趙대표는 이날도 "한나라당은 조속히 국회에 복귀해야 하고 최병렬 대표도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상임위원도 "생떼정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조건 없는 선 국회 복귀, 후 특검법안 논의'라는 방침이 이렇게 해서 결정됐다.

반면 재신임 문제와 부안사태 등에 대해선 盧대통령을 비판했다. 趙대표는 "대통령이 중요한 현안을 너무 오래 끄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재신임 방침의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또 부안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주민들을 폭도로 매도한 데 대해 사과하고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생떼정치와 청와대의 오기정치 사이에서 민주당이 민생정치로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순형식 정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의 당사 방문을 사양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趙대표는 李사무총장의 방문 요청을 수락했으나 김경재.추미애 상임위원이 "첫 손님으로는 모양새와 격이 맞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즉석에서 수용했다.

반면 趙대표는 사무총장 인선에서 강운태 의원을 추천해 이를 관철했다. 일부 상임위원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趙대표는 "비록 초선의원이지만 장관을 두 차례나 지냈고 그만한 인물이 없다"면서 다른 상임위원들을 설득했다. 한 참석자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한번 원칙을 정하면 그대로 밀고가는 스타일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柳대변인은 "새 지도부가 저녁에는 회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趙대표는 평소 저녁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원내총무 누가 되나=정균환 의원이 자리를 내놓을 원내총무 후임도 관심이다.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돼온 추미애 상임위원은 이날 "총무 경선에 나갈 가능성은 0.00%"라며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6선의 김상현 의원, 유용태.설훈.이용삼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찬반 논의가 분분하다. 정통모임 인사들은 정균환 총무의 유임도 은근히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소장 개혁파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표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김경재 상임위원은 이날 "내가 꼭 해야 한다면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해 변수가 되고 있다.

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