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사 주름살 편다/올 첫 적자탈출 4백억원 흑자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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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업호조에 부동산 처분도 큰 힘
국제상사가 올해 4백여억원의 대폭적인 흑자를 내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 85년 국제그룹 해체의 충격과 신발수출여건 악화로 줄곧 적자에 허덕여온 국제상사의 이같은 흑자전환은 지난 6년간 계속돼온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제상사는 이미 상반기 결산에서 1천9백53억원 매출에 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올해를 「흑자원년」으로 삼아 그 기조를 굳혀갈 것이라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국제상사가 그룹해체후 처음으로 이처럼 흑자를 내다보고 있는데는 무엇보다 부산공장 및 부근에 있는 부동산 7만8천평을 처분해 생긴 매각대금 1천1백억원이 직접적인 힘이 됐다.
부산공장 일대는 부산시내의 노른자위 땅인데다 49년 회사창립 때부터의 근거지.
따라서 이것만큼은 팔지 않고 버텨왔지만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92년에는 상장폐지당할 위험에 처하자 89년말부터 매각을 서두르게 됐다는 국제측의 설명이다.
매각대금은 공장을 한일그룹 본거지인 김해로 이전하는데 따른 재투자와 부채상환에 반반 쓰여져 경영정상화를 위한 「종자돈」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부상으로는 지난 상반기에 2백43억원이 특별이익으로 이미 반영됐으며 연말결산에서 모두 계상될 경우 4백여억원의 당기순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이 경우 올연초 자산재평가(평가차액 8백1억원)를 했음에도 남아있는 5백46억원(6월말 현재)의 자본잠식도 거의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있다.
영업실적도 좋아졌다. 특히 그동안 만성적자의 주범이 돼온 신발 OEM(주문자 상표부착) 수출부문의 대폭적인 축소는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일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종합상사기능을 떼고 신발부문만이 남게된 국제상사는 회사가 흔들리는 와중에서 주문물량의 감소와 80년대 중반이래 계속된 인건비 상승등 수출채산성의 악화로 2중고를 겪었다.
지난해 경우 전체 결손액이 62억원인데 비해 신발 OEM부문의 적자액은 1백60억원에 달했었다.
이미 신발수출랭킹 1위를 고수해왔던 영광도 사라져 화승(90년 수출실적 기준 4억9천만달러)·삼화(2억2천만달러)에 이어 업계 3위(1억9천만달러)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그래도 꾸준히 추진돼온 사업다각화와 자체상표화 노력에 따라 원자재 수입사업과 자체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아티스」「프로메이트」 제품부문에서 돈을 벌어들여 89년까지 영업적자를 보던데서 지난해에는 1백19억원(매출영업이익률 3.4%),올 상반기에는 83억원(4.3%)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도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비 30.6%가 늘어난 3천5백30억원으로 올라섰고 올해는 4천1백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누적된 부채등으로 매출액대비 8.4%(90년 동업종평균 2.2%)에 이르는 금융비용부담을 소화해내기에는 아직 힘에 부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결국 적자탈출 방법은 출혈성 신발 OEM 수출부문의 축소였다. 85년 정리당시에 비해 현재 각각 2분의 1,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생산설비와 인원을 김해이전을 계기로 더욱 감축하고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95년께는 매출구성에서 현재 23% 수준인 신발 OEM수출을 13%까지 훨씬 낮추고 자체상표사업과 수입 물자사업을 각각 30%선으로 유지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된 갈륨·비소 반도체사업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사업다각화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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