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술자 20%는 중국인…밀라노 패션계서도 파워인맥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 정보통신(IT) 산업의 요람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다섯 명 중 한 명은 중국에서 건너온 화인(華人)이다. 바로 이들이 첨단 IT 기술의 모국 이전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 토종 반도체설계회사인 중싱마이크로를 세운 덩중한(鄧中翰.39)이 대표적 인물. 그는 미국 IBM사에서 'IBM 발명 창조상'까지 받았던, 실리콘밸리에서도 잘나가던 칩 설계 전문가였다. 1999년 중국으로 이주한 그는 칩 설계 분야를 중국에 이식하면서 '중국 반도체의 대부'로 떠올랐다.

세계 각지의 화인들은 중국의 또 하나의 동력원이다.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인재형 화인을 중국에선 '신(新)화인'이라고 한다. 중국 개방 초기, 자본과 일감을 싸들고 와 수출 공장을 세웠던 자본가형 화인인 구(舊)화인과 대별된다. 중국은 특히 IT.바이오산업(BT).디자인.금융 등 첨단분야의 핵심 인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은 각각 미국의 실리콘밸리, 바이오밸리, 월가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 각 산업부문의 심장부에 몰려 살면서 세력화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에 기술을 전수하고 새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으로 중국에선 칩설계, 정보통신기술 등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자인 화인들도 중국 본토의 의류산업을 패션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화인 정슈캉(鄭秀康)이 세운 캉나(康奈)그룹은 밀라노 디자인을 도입한 중국산 신발을 최저 60달러에 수출한다. 기존 중국산 신발 평균 수출가격 5.5달러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이들은 8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로 대거 이주한 중국 윈저우(溫州) 출신 화인들이다. 밀라노 인근의 패션도시 프라토에 3만 명이 모여 사는 이들은 인근의 재단기업 거의 전부인 200여 개를 사들이는 등 이탈리아 패션계의 파워 인맥으로 등장했다.

BT와 금융분야 화인들의 중국 진출은 소리없이 늘고 있다. 미국 바이오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화인바이오의약과기협회' 회원 400여 명은 협회 차원에서 중국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모국으로 돌아가는 금융 화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 양선희(팀장).이현상.권혁주.김창우(이상 경제부문)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biznew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