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돌풍」몰공온 무명라켓 안산시청 여자탁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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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차라리 꼴찌들의 합창이라고나 할까.
고교시절 단체전 멤버에도 끼지못하고 ,벤치만을 지키며 주위를 겉돌았던 무명의 여자탁구선수들이 「하면된다」는 오기로 똘똘뭉쳐 강팀들이 즐비한 실업무대에서 해마다 알찬 결실을 수확, 눈길을 끌고있다.
코치를겸한 감독1명과 선수6명으로 국내여자실업탁구의 10개팀중 예산은 물론 선수수가 가장 적은 안산시청팀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안산시청팀이 창단된 것은 만3년이 채못된 지난88년12월7일.
여자실업탁구팀이 없는 경기도가 속칭 「전국체전용」으로 발족시킨 것이다.
그러나 감독으로 취임한 왕년의 탁구스타 최승국(최승국·43)씨나 뭇실업팀들의 외면속에 라켓을 포기할뻔 했던 선수들의 꿈은 다른팀들이 욕심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상위입상이었다.
고교시절 만년후보로 대회출전도 못해본 선수들이 어떻게 거액의 스카우트비를 받고 입단한 스타들로 그득한 실업무대에서 입상할 수 있단 말인가.
89년 실업연맹전 3위, 90·91년 전국종별선수권대회 3위입상이 그것이다.
현정화(현정화) 홍차옥(홍차옥) 등이 버티는 한국화장품이나 홍순화(홍순화) 박해정(박해정) 등 국가대표들이 대거 포진한 제일모직을 논외로 한다면 3위입상은 이들에게 곧 우승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전 6시 기상, 지구력을 키우기위한 약8km의 로드워크를 시작으로 오전 3시간 동안은 서비스연습등의 개인훈련, 오후 4시간반은 상대전형에 따른 실전훈련의 고달픈 일과를 하루도 거르지않고 스파르타훈련을 거듭한 결과였다.
코치를 따로 구할수 없 는형편으로 일일이 선수들의 훈련파트너가 되어야하는 최감독은 셰이크·펜홀더·이질러버등 각기 다른 전형의 12개나 되는 라켓을 가지고있다.
70명에 이르는 다른 실업팀선수들의 전형과 장·단점이 빼곡히 수록돼있는 최감독의 훈련노트는 그가 왜 12개나 되는 라켓을 갖고있는지 설명해준다.
바로 상대선수 70명의 대역으로 혼자 라켓을 바꿔가며 선수들에게 적응훈련을 시키는 까닭이다.
제37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여자일반부 준준결승이 벌어진 7월3일은 안산시청의 최미라(최미라·20)에겐 참으로 뜻깊은 날이었다.
서울신탁은행과의 준준결승 5단2복 경기에서 첫단식에 나선 최미라는 명지여고시절 단 한차례도 이겨보지 못했던 고교1년후배 민수정(민수정)과 대결, 2-1(21-13, 16-21, 21-18)의 힘겨운 승리를 따내며 팀을 3위권내로 진입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감격에 겨운 최미라는 그만 경기장을 나와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말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용솟음친 것이다.
『백척간두에 서서 무슨 절망이 있으랴.』
가장 실력이 뒤떨어진 골찌선수들을 규합, 용케도 전국대회 3위성적을 이어나가는 최승국감독은 정신력만큼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며 더 세차게 선수들의 훈련을 다그치고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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