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이얍 당신 허 찌르는 제왕의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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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7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몽골건국 8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몽골 군인들이 전통 전투복을 입고 칭기스칸 500기마대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칭기스칸의 초상화. [중앙포토]

세계의 정복자 대 칭기스칸 1~4

구종서 지음, 청미디어
각 366.374.382.404쪽, 각 1만2000원

몽골은 로마 제국의 2배에 달하는, 세계사상 최대 영지를 점령한 대제국이었다. 인구 200만 명에 불과한 나라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정복한 땅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땅을 점령했던 것이다. 일흔을 바라보는 소설가 구종서(69.한국문명사연구소 소장)씨는 그 넓은 제국의 흔적을 누벼 칭기스칸의 역사를 생생히 되살렸다.

소설의 형식을 빌긴 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촘촘히 기록하는 데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책의 중간 중간에 칭기스칸의 전략.전술을 정리해놨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각주를 달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지역을 답사한 여행기도 각 권 말미에 첨부했다.

그는 "역사 소설이란 소설적 방법으로 서술하는 역사"라고 말했다. 그래서 모래 바람을 맞아가며 몽골 고비 사막을 헤매고 칭기스칸이 죽은 중국의 육반산, 내몽골 유족지, 몽골족의 발상지인 바이칼 등을 답사했다. 답사는 쉽지 않았다. 이동생활을 하는 유목민이라 흔적을 잘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넓은 초원에서 정확한 유적지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몽골에서는 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내몽골지역에서 소설을 구상할 만큼 넉넉한 사료를 찾을 수 있었다. 조사 끝에 정리한 칭기스칸의 전략.전술은 매우 방대했다.

"그는 원수는 대를 이어서라도 갚아야 한다는 '복수주의'에 투철했고, 자신의 상관을 배반하고 투항하는 적국의 병사를 처형할 정도로 철저한 충성심을 중요시했습니다."

적을 끌어들여 적을 치는 '이적공적(以敵攻敵)', 전쟁을 치르면서 군수물자 등을 확보해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이전양전(以戰養戰)' 등의 전략은 소수의 병력으로도 승리를 거두는 비결이었다. 일단 전투를 시작하면 신속히 결판을 내는 '속전속결'형이기도 했다. 심리전에도 강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적을 죽이고, 풀어준 포로는 다음 공격지로 향하는 길만 터줘 몽골군의 잔인성을 퍼뜨리게 해 적진을 동요시켰다.

"그의 전술은 기기묘묘하고 때와 장소, 적의 반응에 따라 달랐습니다."

지은이는 군사문제 전문으로 이름을 날린 기자였다. 1993년 정년퇴직한 그는 60세이던 1998년 소설가로 늦깎이 등단했다. 등단 후 1년간 한문 공부로 기본을 다진 뒤 고려 중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백년대란'이란 이름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 1부에 해당하는 5권짜리 소설'무인천하'(중앙m&b)가 2003년에 나왔다. 제 2부'항몽전쟁' 전 5권, 3부격인 '삼별초'전 3권도 모두 탈고했다. '세계의 정복자 대 칭기스칸'은 백년대란을 쓰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방대해지는 2통에 따로 떼어낸 것이다.

"책을 읽으면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칭기스칸이 남긴 조직관리법.가치관 등은 오늘날에도 배울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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