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쉼터가 아쉬운 "문화 사각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정부가 「세계적인 전원공업도시인 호주 캔버라시를 능가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반월신공업단지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77년.
그로부터 9년후인 86년 시흥군 반월신공업단지는 시흥군에서 분리돼 안산시로 승격됐다.
시승격당시 인구는 12만7천명에 불과했으나 90년말 인구는 28만명으로 2·2배가 늘었다.
반월공단 입주업체는 1천2백여업체, 근로자는 1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안산은 이제 인구 28만명과 근로자 10만명을 포용하는 공업도시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캔버라시를 능가하는 전원공업도시로 가꾸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근로자들의 피곤한 머리를 식힐 대규모 시민공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반월공단 부지를 개발한 수자원공사측이 89년 체육공원 및 시민공원건설을 위해 4백여만평의 부지를 조성했으나 안산시는 2년이 지나도록 예산부족등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5일 오전 안산시 와동 151블록 체육공원부지.
야산을 깎아 조성한 1백여만평의 체육공원부지에는 체육시설은 보이지 않고 건축용패널·시멘트구조물·벽돌등 건축자재만이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체육공원부지 위쪽에 터를 닦아 놓은 3백여만평의 시민공원부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말이 공원일뿐 벤치하나 설치돼있지 않은 황량한 공원부지엔 무허벽돌공장들이 찍어낸 벽돌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안산시측은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축업자들의 공원부지무단점유를 묵인하고있다.
안산시의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24평방m. 인천 2·5평방m, 부산 6·6평방m, 대구 7·4평방m등에 비해 월등하게 넓은 면적을 확보하고있다.
그러나 이들 공원은 대부분 자연녹지이거나 산림일뿐 시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자연공원은 없다.
문화공간의 부족도 시승격 5년을 맞은 안산시가 해결해야할 숙제다.
안산시에는 2백석 규모의 영화상영 전용소극장 7개가 있을뿐 이를 제외한 문화공간은 없다.
반월공단근로자 9만8천여명중 10∼20대 근로자가 5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이 건전하게 젊음을 발산할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근로자들을 위한 유일한 휴식·문화공간은 반월공단복지회관. 그러나 이 회관에는 새마을금고·매점, 그리고 6천여권의 정부간행물이 꽂힌 도서실이 있을 뿐이어서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있다.
『퇴근을 하고 나면 갈곳이라곤 술집밖에 없다』는 것이 젊은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
때문에 안산시 유흥가는 심야영업단속에도 불구하고 번창일로에 있다.
안산시유흥업소는 ▲나이트클럽·카바레등 무도업소5개 ▲룸살롱등 주점73개 ▲생맥주집 2백여소등 총3백여 업소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유흥업소는 폭력배의 온상이 되고있어 안산은 폭력이 난무하는 공업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관련, 도시개발전문가들은 『안산시는 계획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공단배후도시로서의 성격만 강하게 부각된 문화사각도시로 변모하고있다』고 지적하고 『안산시를 자족능력을 갖춘 활동적 전원공업도시로 가꾸기 위해서는 문화·휴식공간 확보를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끝><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