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설날은도심에서놀기] 온 가족이 함께 순수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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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에는 많은 영화가 한꺼번에 상영되지만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영화 속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자칫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어린이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가족영화도 있다. 이번 설 명절에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와 '샬롯의 거미줄'이 준비돼 있다.

집단 따돌림 어린이의 상상력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시골 초등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제시(조시 허처슨)의 옆집에 어느 날 비밀을 간직한 듯한 소녀 레슬리(안나소피아 롭)가 이사온다. 비슷한 처지인 둘은 금방 친구가 돼 방과 후 집 근처 숲으로 놀러다닌다. 레슬리는 평범한 숲을 마치 신비한 생명체가 가득한 비밀의 숲인 것처럼 상상하고, 테라비시아라는 이름을 붙인다. 제시는 레슬리의 손에 이끌려 숲 속 놀이를 즐기게 된다. 영화에는 판타지의 요소도 있지만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시리즈 같은 화려한 화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가 끝나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자유로운 놀이를 즐기는 미국 어린이들의 모습은 학원 교육에 지친 한국 어린이들에겐 '딴세상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인간보다 깊은 동물의 우정 '샬롯의 거미줄<사진>'=새끼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우정을 그렸다. 시골 농장에서 주인집 딸 펀(다코타 패닝)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윌버는 거미 샬롯을 만나 친구가 된다. 샬롯은 겨울이 되면 햄이 될 운명에 처한 윌버를 살리기 위해 거미줄을 이용해 글자를 쓴다. 그것이 인간의 눈에 기적으로 비치면서 윌버는 단숨에 유명해진다.

이처럼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다. 패닝이 연기한 시골 소녀 펀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윌버와 샬롯 외에도 생쥐 템플턴, 말 아이크, 양 사무엘, 거위 거시 등이 등장한다. 동물의 순수한 우정은 이기심과 경쟁심에 물든 인간에게 반성을 촉구한다. 사춘기를 맞은 펀이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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