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인 부부대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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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의 부부들은 주로 배우자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강한 대화를 나누고 산다.
또 가정생활이나 결혼생활의 질보다는 가정의 안정을 중요시해 이견이 생기면 자기의견이 정당한데도 이를 억제하고 배우자의 의견에 동조해주는, 다시말해 타의에 의해 배우자의견에 맞추는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의 대화를 주로 하고 산다는 박사학위 논문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이는 이정순씨(36·이대대학원 가정관리학과)가 서울에 거주하는 3백1쌍 부부를 대상으로 연구한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관한연구」를 통해 밝힌것.
이씨는 이 논문에서 한국인들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주요기능을 가족화합·가정의 안정과 조화를 이루도록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한국 부부들은 이견이 생기면 논쟁으로 바른 결론을 끌어내기 보다는 이를 피하기 위한 침묵이나 간접적 의견표시가 주로되고, 오히려 중요시되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직설적 의사표시를 하는 서양과는 차이가 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또한 부부간 대화유형을 결정짓는 태도를 다섯가지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남편들은 비난적·이성적·일방적, 그리고 무관심한 태도와 양보하는 태도의 순으로 분류되고 부인들은 이성적·양보적·비난적 태도와 무관심, 그리고 일방적 태도의 순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부부간 대화유형은 남편의 경우 다섯가지, 부인은 네가지로 나타난다.
따라서 부부간의 대화유형중 가장 많은 것이 독선형(남편의31.5%, 부인의30.9%).
독선형이란 대화에 무관심하고 서로 양보도 안하며 일방적으로 배우자를 비난할뿐만아니라 부부관계를 상하관계로 보고 서로 우위에 서려는 형태라고 이씨는 밝혔다.
남편들에게 다음으로 많은 대화유형은 순종형으로 29.9%. 부인은 순종형이 21.5%로 제일 적어 네번째를 차지했다.
순종형은 남편의 경우 남성적이지 못해 무조건 양보하고 의견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시하지도 않으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스타일. 부인 역시 이성적이지 못하고 남편의견만 좇는 것이다.
이밖에 남편들은 내면적으로는 전통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못벗어났지만 외형적으로는 변화된 상황(여성지위 향상등)으로 내놓고 권위적이지도 못한 권위지향형이 14%였고 부인의 경우는 이러한 유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석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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