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옐친 부상하자“전전긍긍”/전문가들이 본 소 사태 이후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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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군사원조 삭감 큰 걱정/민주화 요구 우려… 당정비 안간힘
북한은 소련 공산체제의 급속한 붕괴에 자극받아 내부적으로 엄격한 사상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점증하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위해 안간힘을 다할 것이라고 북한전문가들이 전망했다.
동경등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세계공산주의의 산실인 소련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그여파가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도록 대내적으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무엇보다 일본과,그리고 다른 비공산 아시아국가들과 새로운 우호관계를 맺기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위상을 크게 약화시킨 강경보수파들의 쿠데타 이후 분명히 예상되는 한가지 사실은 모스크바의 권력을 누가 실질적으로 장악하든지간에 북한과 소련사이의 관계가 절대로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련과 북한간의 관계는 고르바초프가 개방정책을 실시한후 내리막길을 달려왔다. 고르바초프는 수년간 한국과 경제교류에 역점을 두다가 지난 90년 9월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는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에 경제지원과 군사원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만일 급진개혁파 지도자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이나 그의 동조세력이 소련의 정책을 전면 통제하는 사태가 온다면 소련과 북한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사태는 북한에 세가지 우려를 안겨줄 것이라고 시즈오카(정망) 현립대학의 이즈미 하지메(이두견원) 교수는 말했다.
그 첫번째는 개혁파 지도자들이 이끄는 소련정부가 북한에 매우 긴요한 경제 및 군사원조를 대폭 삭감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고 두번째는 소련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그들에게 고르바초프보다도 더 강하게 민주화개혁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 세번째 우려는 소련의 떠들썩한 민주화 개혁움직임에 발맞춰 북한에도 반체제가 부상,그들의 엄격한 통제사회를 뿌리째 흔들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평양의 관영 언론매체들은 최근 몇년간 그들의 사회주의가 소련공산주의 모델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에 열을 올려왔다.
서울의 북한문제연구소장 김창순씨는 『북한이 그들 국민을 정통 사회주의로 재무장시키기위해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또 『북한의 통치자들은 반당분자와 개혁파를 숙청,당을 재정비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유화의 바람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9년 민주화의 바람이 동유럽을 휩쓴 이후 사상통제를 강화했다.
이즈미 교수는 『북한은 지금 아주 불안한 마음으로 소련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나는 북한이 현재 급속한 변화를 시도해야할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외정책이 갑자기 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경응대학의 오코노기 마사오(소차목정부)교수는 『지금부터 북한과 소련의 관계가 더 실용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만일 러시아공화국이 권력을 장악하면 이들간의 동맹은 이름만의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일성이 건강을 유지하는한 북한은 사회주의국가로 살아 남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동경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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