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험, 입시에 포함되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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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앙일보가 벌이고 있는 과학기자재 보내기 운동은 침체된 기초과학교육에 큰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아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근래 학교현장에서 우선구입요망 품목을 뽑으면서 큰열매를 맺는데 필요한 것같아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자재를 보내는 것만으로 과학교육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현장에서 학교 수업에 얼마나 활용되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본다.
실험교육이 국민학교에서 잘 되다가 점차 열기가 식는것은 현 입시제도 때문이다.
대입시험에 직접적인 관계가 거의 없는 과학실험을 하고있을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
과학실험 경진대회에 학교대표로 고3학생을 보내면 학부형한테 얼마나 비난을 당하는지 모른다. 어느 때는 사유서까지 쓴 경우도 있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공계학과만이라도 과학선택 과목에 부과점 제도를 도입하여 과학실험을 입시에 도입해야한다고 본다.
선택과목에 실험을 도입, 실험기구명·조작법·실험과정및 결과등을 채점한다면 중등학교는 자연히 실험을 소홀히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는 닭의 다리가 4개라고 답하는 학생이 서울대 생물학과에 입학하고 있다는 논문을 본적이 있다(서울대 과학교육연구소발표).
둘째, 과학만능교육은 물질만능과 이기주의등의 역기능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과학교육의 활성화에는 반드시 도덕및 종교교육의 뒷받침이 절대 필요하다. 세계역사에서 세계를 주도한 국가를 살펴보면 거의 과학입국을 주장했으며 종교활동이 아주 활성화된 나라였다는 것을 알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래는 학교교육에서 얼마나 과학교육을 심화시키느냐 하는 것과 학교안에서 종교 활동을 얼마나 자유로이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교육이 머리가 좋고 유능하며 실력은 있는데 도덕적 성품이 부족한 젊은이를 많이 배출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지러운 현상을 일으킨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교직 20년의 체험을 통해 실력과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셋째, 과학교사들은 과학기자재 보내기 운동의 참 뜻을 살려서 기자재를 아끼고 잘 활용하여 기초과학교육발전의 선봉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제 교육에 활용하지도못할 실험기구만 잔뜩 받아놓고 감사받을 것부터 걱정한다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해도 아무효과가 없다고 본다.
결국 과학기자재 보내기운동의 성패는 입시제도 개선과 과학교사의 의식개혁에 달려 있다.
덧붙일 것은 전국 유수한 기업체마다 과학교사들을 한명씩 맡아 선진국에 과학교육 실태 연수를 보냈으면 한다. 박은배<서울 구정고교 과학주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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