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할퀸 태풍 글래디스/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대양 의혹 시원히 못푼채 수사 “끝”/콜레라 전국으로 번져 불안한 나날
예상밖으로 길었던 장마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최고 5백44㎜까지 예기치 못한 집중 호우를 몰고온 제12호태풍 글래디스가 갑작스레 내습,큰 인명·재산피해를 냈다. 한달여를 두고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오대양사건은 의혹을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채 수사가 종결됐고 콜레라는 「산발확산」 되는 양상을 보였다.
○인명·재산피해 엄청나
○…글래디스는 당초 대마도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해남부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됐으나 23일 새벽 갑자기 진로를 북서쪽으로 급선회,남해안으로 상륙했다.
특이한 기압배치가 몰고온 천재임이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수정예보가 나간지 불과 13시간여만에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쳤고 국민들은 대비할 시간이 부족해 예상외로 큰 피해를 봐야했다.
이번 태풍은 바람보다도 비 피해를 더 많이 일으켰으며 태풍진로의 오른쪽에 든 부산·경남·경북지방이 집중타를 맞았다.
인명피해는 24일 오전 현재 잠정집계로 사망 55명·실종 35명·부상 81명이며 이밖에 3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한 전국 2만6천여㏊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80여채의 가옥이 전파 또는 반파되는 등 재산피해도 2백억원이 넘었다.
○87년 수사와 큰차이 없어
○…오대양 직원 살해암매장범 6명이 범행 4년만에 돌연 자수한이후 한여름내내 한편의 추리소설과도 같이 전개되어 왔던 검찰의 오대양사건 전면재수사가 20일 종합수사 결과발표와 함께 일단락 됐다.
검찰은 꼬리끊기식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온 (주)세모 유병언 사장(50)을 정점으로 한 상습사기 행각과 세모측의 집단자수 배후개입사실을 밝혀내는 수사성과를 거두었으나 집단변사사건과 5공의 세모비호설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의혹을 말끔히 떨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은 오대양의 사채 1백8억여원중 일부가 세모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했으나 피해자 특정문제등 형법상 사기죄 구성요건 미비로 이를 유사장의 상습사기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또 세모 및 구원파가 조직적으로 집단자수자들을 배후 조종한 사실을 밝혀내 돌연한 자수동기에 대한 의문을 풀었으나 법률자문을 맡은 경관등 배후개입자들이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집단변사사건 수사는 87년 수사당시의 대동소이한 수사결과로 끝났으며 5공의 세모 비호수사도 염보현 전서울시장의 한강유람선 운영권자 선정 특혜사실만을 밝혀내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보건당국 대처 허점 노출
○…80년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콜레라가 11년만에 충남 서천에서 집단발생한 이후 전국 각지로 확산,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번 콜레라는 지난 13일 오가와형 콜레라로 확인된후 초기에는 서천의 상가 조문객들로 환자가 제한됐으나 15일 서울과 군산에서 서천 상가와 무관한 환자 1명씩이 발생한데 이어 전북 옥구·전남 여천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첫 발생지인 서천에서는 이미 5일과 6일 87명의 집단 설사환자가 발생,콜레라로 의심됐으나 1주일이 지난 12일에야 보사부에 보고하는 등 일선 보건당국의 보고지연등 초동 대처의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콜레라가 지난해 12월이후 남미·유럽·아프리카·미국·일본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었던데다 동남아에서 국내에 입국한 항공기 변기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되는 등 콜레라의 국내 유입징후가 있었음에도 이를 철저히 대비치 못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권영민 사회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